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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니어, 푸틴 측근 사업가와 몽골서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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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10.28 11: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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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 회장 크레믈료프, 전세기 타고 캠프 합류
멸종 위기 아르갈리 사냥…몽골 대통령과 만찬도
"개인적 친분" 해명에도 정보당국 출신 "포섭 위험"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 8월 몽골 서부에서 러시아 크렘린궁과 가까운 사업가 우마르 크레믈료프와 함께 사냥 여행을 했다. 크레믈료프는 범죄 전력이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호조직과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올여름 사냥 여행을 위해 몽골 시골에서 말을 타고 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올여름 사냥 여행을 위해 몽골 시골에서 말을 타고 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 가이드와 관리, 항공기 추적 자료, 소셜미디어 게시물, 공공기록을 토대로 두 사람의 몽골 일정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크레믈료프는 국제복싱협회(IBA) 회장이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8월 하순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뒤 수백마일 떨어진 서부 우브스주의 캠프로 이동했다. 크레믈료프는 8월 27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IBA 기자회견을 마치고 전세기로 밤새 울란바토르로 날아온 뒤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이틀 동안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지냈다. 미국 제재 대상인 벤처캐피털 펀드 보스호드의 파트너인 러시아 사업가 아르투르 마르티로소프도 동행했다.

동행한 현지인은 두 사람이 캠프에서 함께 사진에 찍히지 않으려고 조심했다고 FT에 전했다. 크레믈료프가 텔레그램에 올린 사냥 준비 영상에도 트럼프 주니어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주니어의 사냥 일정을 짠 관계자 2명이 등장한다.

가이드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여행에서 멸종 위기종인 알타이 아르갈리 1마리를 잡았다. 아르갈리는 거대한 뿔로 유명한 야생 양이다. 그는 2019년 이후 몽골 사냥에서 적어도 2마리의 아르갈리를 더 잡았다. 크레믈료프가 떠난 뒤에는 일주일가량 더 머물며 바양울기주에서 야생 염소인 알타이 아이벡스를 사냥했다.

미국 정부도 비용을 댔다. 연방 기록에 따르면 주몽골 미국대사관은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비밀경호국(SS) ‘방문’과 관련해 호텔 객실 비용으로 1만8715달러(약 2500만원)를 지출했다. 대통령 가족인 트럼프 주니어는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는다.

이번 여행에는 자선경매 낙찰자들도 동행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1월 사파리클럽인터내셔널(SCI) 자선행사에서 자신과의 일주일 몽골 사냥 참가권 경매에 직접 나섰다. 경매사가 “22만5000달러(약 3억원)를 넘길 분 있느냐”며 호가를 올리자 트럼프 주니어는 마러라고 숙박권을 얹어주겠다고 했다. SCI는 낙찰자 2명 중 1명이 아이벡스 사냥에 함께했다고 확인했다. 오랜 공화당 후원자 케빈 스몰도 다른 자선경매에서 14만달러(약 1억9000만원)에 참가권을 따내 동행했다.

트럼프 주니어 측은 사업 관계가 아닌 개인적 친분이라고 해명했다. 대변인은 “두 사람은 사냥 업계의 공통 지인을 통해 처음 소개받았다”며 “사냥과 낚시, 야외활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맺어진 우정”이라고 밝혔다. 크레믈료프와 마르티로소프는 FT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정보 전문가들은 이런 관계가 공작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방첩 담당 국장을 지낸 홀든 트리플렛은 “의도가 아무리 순수해도 상관없다”며 “러시아 정보기관은 누군가 고위급 인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이를 무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레믈료프는 지난 5월 카리브해 사유 섬에서 열린 트럼프 주니어의 결혼 축하 행사에 참석해 일부 비용을 댔다. 이 사실이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 보도로 알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이 크레믈료프에게 비용을 갚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처음 공개석상에서 함께한 것은 지난해 터키 이스탄불의 IBA 행사였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 자리에서 크레믈료프를 “지도자이자 친구”라고 불렀다.

크레믈료프는 권력과의 근접성을 발판으로 부를 쌓았다. FT가 입수한 범죄 기록에 따르면 본명이 우마르 루트풀로예프인 그는 청년 시절 갈취와 폭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10년 타지크계 성을 ‘크렘린의’라는 뜻의 러시아식 성 크레믈료프로 바꿨다. 이후 복싱 프로모터로 성공했고 2017년 러시아복싱연맹 회장, 2020년 IBA 회장에 올랐다. 회장 취임 당시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의 대규모 후원을 끌어왔고, 올해 5월에는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 대표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주니어는 사냥을 마친 뒤 울란바토르에서 우흐나깅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 몽골 정부 대변인은 두 사람이 양국 관계와 잠재적 사업 기회를 논의했다며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지만 게시물은 곧 삭제됐다. 트럼프 주니어 측은 비공식 만남으로 주로 야외활동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후렐수흐 대통령 대변인도 “비공식 식사 자리였고 정치나 공식 방문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단체 워싱턴 책임·윤리시민단체(CREW)의 로런 화이트는 “자선이든 결혼식이든 선거 후원금이든 호화 선물이든 권력에 대한 접근권을 사는 것은 윤리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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