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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최첨단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방대한 학습 데이터, 전문 연구인력이 필요하다. 세계은행은 선도 기업들이 올해 AI 인프라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여러 개도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세운다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AI 연산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기술이 미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와 기업에 집중돼 있어서다. 여러 국가가 저마다 데이터센터와 AI 모델을 구축하면 세계 수요를 모아 비용을 낮추는 규모의 경제도 약해질 수 있다. 전력 수요 증가로 전기요금이 오르거나 보건·교육 등 다른 공공서비스에 투입할 재정이 줄어들 위험도 있다.
자국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조금도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세계은행은 정책을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납세자가 투자 위험을 떠안는 반면 혜택은 정치권과 가까운 일부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완전한 자립보다 ‘갈아탈 수 있는 AI’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여러 국가의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조합해 사용하되, 특정 모델이나 업체를 교체해도 전체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호환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데이터 이동권을 보장하고 독점 계약을 피하는 한편, 계약서에 다른 공급자로 이전할 수 있는 경로도 명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픈소스·오픈웨이트 모델과 지역 공동 컴퓨팅 시설을 결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가별로 대규모 AI 시설을 중복 투자하지 않고 여러 나라가 연산 자원을 공유하면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의 통합결제인터페이스(UPI)와 브라질의 실시간 결제망 픽스(Pix)는 참고 사례로 꼽혔다. 두 나라는 정부가 모든 금융서비스를 직접 개발하는 대신 은행과 핀테크, 결제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을 구축했다. 세계은행은 AI도 국가가 자체 모델 하나를 만들어 보급하기보다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할 수 있는 디지털 공공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개 모델에만 의존하는 전략도 한계가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새로 공개된 주요 AI 모델 가운데 개방형 모델의 비중은 2020년 56%에서 2025년 약 40%로 낮아졌다. 현재 공개된 모델은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성능이 뒤처질 수 있다. 세계은행은 특정 국가나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모델 자체를 보유하는 데 집착하기보다 더 나은 기술로 계속 교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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