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당일 임직원 간담회에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내달 정기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한진그룹 부회장직은 한진가(家)에서는 조중훈 창업주의 동생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과 조양호 선대회장이 거쳤고, 전문경영인인 중에서는 석태수 전 한진칼 대표이사가 유일하다. 6년 만에 두 번째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나온 동시에 ‘한진그룹의 브레인’, ‘조원태의 남자’로 불렸던 우 사장이 명실상부 그룹 2인자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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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그가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지낸 7년을 치하하는 동시에, 향후 탄생할 ‘메가 캐리어(초대형항공사)’의 조종간(Control Stick)을 맡긴다는 의미다. 각자 대표이사 체제인 대한항공에서 우 사장은 2017년부터 지금까지 조원태 회장과 함께 전문경영인으로서 우수한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대한항공의 핵심인 여객사업·경영전략 분야에 정통하다.
우 사장은 1962년생으로 진주고(1981년), 서울대 경영학과(1985년), KAIST 경영과학 석사과정(1987년)을 졸업한 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경영기획실과 비서실, 한진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근무했다. 2004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한 뒤 현업으로 복귀, 2007년 경영전략본부 담당 만 45세 ‘최연소 상무’로 선임됐다. 뉴욕지점장 겸 미주 동부지구장, 미주지역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조양호 선대회장은 아들 조원태 회장에게 본격 대한항공을 맡기게 되자 우 사장을 전격 멘토로 발탁했다. 조양호 회장은 2016년 조원태 당시 총괄부사장에게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를 맡긴 뒤 2017년 우기홍 경영전략부문 부사장을 공동 CEO에 임명했다. 우 부사장은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 4월 조양호 회장이 사망한 뒤 그룹 총수 자리를 넘겨받은 조원태 회장은 그해 연말 인사에서 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우 사장은 2019년 말부터 벌어진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남매분쟁’에서도 조 회장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 조 회장은 당시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모친과 갈등을 빚었다. 우 사장은 이 전 이사장이 조 회장과 갈등을 풀고 아들을 지지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는데 뒤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에서도 두각…‘메가캐리어’ 이끌 최적임자
우 사장은 오너가의 살림꾼으로서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우 사장은 항공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2020~2022년) 대한항공의 흑자 경영을 유지했다. 이 기간 글로벌 항공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2022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8836억원의 영업이익(별도기준)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룹 숙원 사업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한 인수 과정에서도 우 사장은 뚝심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각 나라 경쟁당국의 견제 속에서도 우 사장은 4년여에 걸친 양사의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20년 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선언한 직후 우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접 양사의 합병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빅 딜’을 주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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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도 소소한 인연도 있다. 지난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한국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다. 삼성·현대차·LG 등 기업 총수들이 자리한 가운데 참석자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기홍 우, 어디 있나요? 여러분들은 천재 사업가(business genius)입니다”라고 했다. 내달 취임할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에게서 직접 상찬을 받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