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활동 직접 그리고 직관으로 알리기에 사진이 제격
민생 시찰과 민폐 한끗차이라서 기념촬영이 화 돋워
BTS 만세부른 돌발행동 애교, 재해현장 배경삼는 몰지각
북한의 만행 `아웅산 테러`는 기념촬영 동선 드러나 표적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수해 현장에서 한 `기우제 망언`의 발원은 `사진 촬영`이었다. 정치인의 행위는 모든 게 정치적이라서 유권자에게 알리는 게 목적이다. 직관적이고 직접적으로 전달하기에 사진만한 게 없다. 과하면 덜한 것만 못한 법인데, 되레 정치인의 발목을 잡은 사례를 짚어본다.
|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비 왔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모습이 채널A 카메라에 포착됐다.(사진=채널A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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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가에 따르면, 정치인의 현장 방문은 민생 시찰과 민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동행한 수행원과 취재진 규모가 커져 현장 동선을 열악하게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의전을 하느라 현장 대응이 소홀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 BTS 멤버 뷔(왼쪽)가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 조정기획관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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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은 대표적이다. 현장 종사자와 공직자를 사진 촬영에 동원하느라 업무 집중도가 흐트러진다. 지난달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에서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의 팔을 갑자기 번쩍 들어 올린 게 사례다. 영상을 보면 사진 촬영에 응하는 뷔가 엉거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현충일 국민의힘 태영호·이영·김기현·박진 의원이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찍은 사진도 구설에 올랐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5·18 기념식에서 웃는 모습으로 기념촬영을 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호국 영령이 잠든 데에서 웃으면서 사진을 찍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었다.
| 지난해 현충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국민의힘 태영호(왼쪽부터)·이영·김기현·박진 의원이 셀카를 찍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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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태는 재해 현장에서 더 공분을 일으킨다. 재해 현장을 찾은 정치인이 구조 인력과 손을 잡는 사진이 보도되면 대부분 `정치인 의전을 할 시간에 구조에 응하는 게 낫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재개발 건물이 무너졌을 당시, 현장을 찾은 기초단체의원들이 사진을 찍으려다가 뭇매를 맞았다. 희생자 영결식에 보낸 정치인 화환을 앞줄에 옮기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 지난해 6월11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건물붕괴 사고 현장에서 동구의회의원들이 헌화하는 모습을 수행원이 촬영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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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대표적이었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2016년 4월16일 세월호가 침몰한 날 경찰대 졸업식을 찾아 사진을 찍은 게 도마에 올랐다. 당시 여당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왔다. 안전행정부 소속 고위 공무원은 세월호 사망자 명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다가 결국 사직했다.
이렇듯 인명사고 현장에서 셔터에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구설을 피하지 못한다. 2014년 7월 당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소방 헬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은 대원의 영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 2014년 7월 당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강원도소방본부 특수구조단 1항공구조대 대원 5명의 영결식이 엄수된 강원도청에서 의용소방대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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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사진에 대한 갈망은 범죄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북한이 저지른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가 사례다. 서석준 경제부총리와 취재 기자를 비롯해 17명이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다. 북한의 테러는 천인공노할 짓이지만, 전두환을 비롯한 대한민국 사절단이 기념사진 촬영을 예정한 장소가 사전에 드러나 표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