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채 근절책 비웃는 변종 수법 `상품권 예약 판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영민 기자I 2025.07.16 16:30:33

'상품권 예약 판매' 저신용자 대출 유도
수천% 폭리, 돈 못 갚으면 SNS서 신상공개 협박
불법 사채 대책에도…여전한 사각지대
"대부업법 형태로 규제하는 방안 검토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박원주 수습기자] 한 여성이 사채업자의 지속적인 협박을 못 견디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싱글맘 불법 사채’ 사건이 알려진 후 이에 대한 규제책이 쏟아졌지만, 상품권을 이용한 변종 수법까지 등장하며 저신용자들을 옭아매고 있다.

이들은 ‘상품권 예약 판매’의 형태로 소액을 돈을 빌려준 뒤 돈을 갚지 못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상을 공개하며 협박하고, 수천%에 달하는 이자와 원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들의 갈취를 막을 길이 없어 경찰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품권 예약 판매’ 형태로 돈을 빌린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고 있다.(사진=SNS 캡쳐)
연 이자율 3911% 폭리…못 갚으면 사기 혐의 피소도

1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상품권 예약 판매’를 빙자한 불법 사채업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전남 목포에 사는 직장인 유모(33)씨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상품권 판매자를 찾는 온라인 카페를 발견해 이를 이용했다고 했다. 현금 20만원을 우선 받고, 30만원 상품권으로 되갚는 조건이었다. ‘약속된 시간에 갚지 못하면 원금의 2배를 상환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전형적인 불법 사채와 닮은 꼴의 행태다.

유씨에게 적용된 이자를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무려 2607.1%였다. 상환일로부터 하루가 지날 때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빚 독촉이 이어졌다. 사채업자는 SNS에 유씨의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을 게시하며 압박을 하기도 했다. 해당 계정에는 유씨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의 신상정보까지 담긴 게시물도 있었다. 유씨는 “상환일이 지나니 SNS 박제가 시작됐다”며 “죽고 싶어서 바다에 뛰어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같은 방식으로 돈을 빌렸다가 폭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돈을 갚지 못해 오히려 재판을 받은 피해자들도 있었다. 충북에 사는 박모(30)씨는 3주 안에 상품권 200만원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현금 130만원(연 이자율 936%)을 받았다가 이를 갚지 못하자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유사업체에서 상품권 예약 판매로 35만원을 빌린 박모(44)씨도 나흘 뒤 상품권 50만원(연 이자율 3911%)을 갚지 못했고, 지난달 25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불법 사채 대책 사각지대 ‘상품권 예판’…“적극 규제해야”

앞서 지난해 싱글맘 불법 사채가 알려진 후 정부는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오는 22일부터 대부업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법정 최고금리(20%)의 3배를 초과하는 불법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문제는 ‘상품권 예약 판매’의 경우 이 같은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점이다. 대부업법상 대부업은 ‘금전의 대부’를 직업으로 삼는 것으로 규정된다. 여기서 ‘금전의 대부’는 구체적인 정의가 없어서 대법원의 판례를 따르고 있다. 2019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거래의 수단이나 방법 여하를 불문하고 적어도 기간을 두고 장래에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금전을 교부함으로써 신용을 제공하는 행위”로 그 정의를 한정했는데 이 범위에 상품권은 포함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품권 예약 판매는 처음에 현금으로 받지만 돌려줄 때는 상품권을 보내서 대부업법의 적용대상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며 “법 외 영역, 불법추심은 경찰 등 관련 기관 간의 협조와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종 불법추심에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상품권은 5~10원 단위로 시세가 정해질 만큼 사실상 현금에 가까운데, 이를 지나치게 비싸게 거래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상품권 거래로 볼 수 없다”며 “상품권 판매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고금리 대부업과 다름이 없다면 대부업법 형태로 관리·감독과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민석 금융피해자연대 소속 변호사는 “연 이자율이 3900% 수준이면 형법상 공갈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며 “다수에게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한 이자를 받기 위해 공갈과 협박을 일삼았다면 상습공갈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는 만큼 경찰과 감원, 금융위의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대부계약의 효력 제한 관련 판단 절차도(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