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6만원 버는데 소비쿠폰 못 받나?"…대혼란 벌어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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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I 2025.09.25 17:19:50

내가 상위 10%?..소비쿠폰 소득기준 대혼란
26.7억 초과 1주택 소유자·10억대 금융자산가 등 제외
6월 18일 기준 주민등록표상 함께 등재시 하나의 가구
무주택 1인가구, 건보료 22만원 초과시 소득 상위 10% 포함
27일부터 국민 모두 신청 가능.."이의제기 봇물 터질 듯"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내가 소득 상위 10%인 줄 몰랐다.”

이연순(76)씨는 25일 이른 아침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확인하기 위해 서울 강남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돌아서야 했다. 이 씨는 “집이 있어서 세금을 많이 내지만 소득이 없는데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이상하다”며 못내 서운해했다.

박영학(81)씨도 ‘2차 소비쿠폰 대상이 아니다’를 말을 듣고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박씨는 “정부가 그렇다고 하니 할 말이 없는데…내 입장에선 이상하다”고 말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깨알같이 작게 쓰여있는 비공개 참고자료의 사례를 이리저리 찾아가며 설명해주려고 애쓰던 한 공무원은 “1차 소비쿠폰 지급 때와 너무 많이 바뀌어서 우리도 혼란스럽다”며 “금융소득, 재산소득 기준 초과자로만 나오지, 왜 기준이 넘는지에 대해서는 본인이 국세청 홈텍스 등을 통해 알아봐야 하는 부분이라 우리도 충분한 설명이 안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첫날인 지난 22일 낮 충북 제천시 영서동 행정복지센터 접수창구 앞에 줄선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득 상위 10% 기준은

소비쿠폰 지급이 1차와 2차가 크게 다른 점은 소득 차등이다. 소득 하위 90%를 선별해 이들에게만 10만원씩 지급한다. 고액자산가 가구로 판단되면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렇다면 소득 상위 10%는 누구일까. 가구원 합산 2024년 재산세 과세표준 합계액이 12억원을 초과자다. 1주택자 공시지가 기준 26억 7000만원을 넘는 주택을 소유했다면 소득 상위 10%로 해당하는 것이다. 여기에 2024년 귀속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해당한다. 이자율 연 2%를 가정할 때 예금 10억원, 배당수익률 2% 가정 시 투자금 10억원 이상을 보유했다면 소득 상위 10%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기준 적용이 애매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씨와 박씨는 모두 금융소득 초과로 소득 상위 10%에 포함됐다. 박씨는 배우자와 친척 1인 등 총 3인으로 구성된 3인 가족이다. 3인 모두 고령으로 소득활동이 없는 상태지만 3인 합산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돼 소득 상위 10%로 분류됐다. 1인당 월평균 56만원 정도의 금융수익만 있어도 금융소득 상위 10%에 포함되는 구조다. 금융수익은 예·적금의 이자, 주식 배당 소득으로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박씨는 배우자 외에 친척까지 같은 세대로 분류돼 소득이 합산된 것도 2차 지급 대상 탈락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6월 18일 기준 세대별 주민등록표상 함께 등재된 사람을 하나의 가구로 구성하는 기준 때문이다. 박씨는 “(등본에) 함께 올라 있는 친척은 각자 생계를 하는 남인데 왜 우리 가족에 포함됐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만약 함께 거주하더라도 동거인으로 분류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은퇴 후 임대사업을 하는 연지영(38)씨의 아버지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서 월평균 26만원(지역가입자 1인 22만원 이하)을 납부하고 있어 소득 상위 10%에 포함됐다. 그런데 연씨는 동거인으로 분류돼 합산소득에서 제외됐고 1인 직장가입자 기준(22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소비쿠폰 대상으로 선정됐다.

무주택자여도 소득 기준 넘으면 제외

똑같은 4인가구지만 희비가 엇갈린 경우가 있다. A씨는 아이 둘을 둔 맞벌이로 온 가족이 10만원씩 총 40만원을 소비쿠폰으로 받았다. 맞벌이 가구는 가구원에 1명을 추가해 총 5인가구 기준을 적용한다. 4인가구는 맞벌이 직장가입자 건보료 기준(60만원) 이하여야 하지만 5인가구 기준(69만원 이하)을 적용해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4인가구지만 외벌이인 B씨는 지급받지 못했다. 직장인이 받는 월급에 부과하는 건강보험 ‘보수월액 보험료’는 회사와 본인이 각각 절반씩 나눠서 보험료를 부담한다. 여기에 월급 이외에 고액의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임대소득이 있을 경우 추가로 소득월액 보험료를 내는데 이번에 외벌이 직장 구간은 4인 기준 51만원이었다. B씨는 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보인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신청 첫날인 지난 22일 광주 북구 용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소득이 들쑥날쑥한 직장가입자도 소비쿠폰 지급대상에서 탈락했다. 박영진(38)씨는 매달 임금에 성과급이 더해져 월급을 받는데 월보수가 많은 달은 30만원대가 넘는 건보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어떤 달은 16만원대만 내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기준을 지난 6월 18일 납부 건보료로 했고 박씨는 하필 6월 건보료로 1인가구 기준(22만원)을 초과한 24만원을 납부해 소득 상위 10% 반열에 올랐다.

이 외에도 아이가 없는 맞벌이 ‘딩크족’, 골드싱글 등도 대거 소득 상위 10%에 포함돼 소비쿠폰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나는 집도 없고 오로지 투명하게 공개된 월급뿐인데 내가 소득상위 10%라니 무엇인가 잘못된 거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주가 아닌 다음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까지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상 여부 확인이 이뤄졌지만 27일부터는 출생연도에 상관없이 확인 후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추석 연후 전에 소비쿠폰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릴 거 같다”며 “20~30분씩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안 된다고 하면 이유를 묻거나 이의 제기를 하는 이들이 많아질 거 같다. 난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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