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게에 피로 쓴 '110 625' 갇힌 여성 SOS였다

김혜선 기자I 2025.08.26 15:42:02

문 고장으로 갇힌 중국 30대女의 기지
30시간 고립됐다가 베게에 구조 메시지 써서 던져
배달기사가 보고 구조...사례금도 사양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중국에서 의문의 숫자가 써 있는 베개를 발견한 배달 기사가 집 안에 갇힌 30대 여성을 구조한 사연이 전해졌다.

중국 배달원이 발견한 흰 베개. (사진=SCMP갈무리)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쓰촨성 러산시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장모씨는 지난 12일 주택가 인근 길가에서 붉은 얼룩이 묻은 흰색 베개를 발견했다.

유심히 베개를 쳐다본 장씨는 베게에 묻은 얼룩이 ‘110 625’라는 숫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에서는 긴급 출동 신고 번호가 110인데, 한국으로 치면 112, 미국은 911 등과 같다. 무언가 긴급한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한 장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베개를 보고 폭력이나 납치 등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해 수사를 벌였다. 이 베게는 인근의 한 홈스테이에서 사용하는 베게였고, 경찰은 해당 홈스테이 건물 6동의 25층으로 출동했다. 강제로 문을 개방하자, 집 안에는 침실에 갇혀 있던 30대 여성 저우씨가 있었다.

저우씨는 무려 30시간 가량 집 안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청소를 하러 방에 들어갔는데, 강풍에 문이 세게 닫히며 잠금장치가 망가진 것이다. 휴대폰 역시 거실에 있던 터라 다른 이들에게 구조를 요청하지 못했다. 저우씨는 창 밖으로 물건을 던지거나 창가에 빨간 옷을 걸어두는 등 구조 신호를 보냈으나 아무도 그가 집에 갇힌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저우씨는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고 베게에 피로 구조 신호인 ‘110 625’를 써서 창 밖으로 던졌다고 한다. 집 안에 갇힌 30시간 동안 저우씨는 음식과 물을 마시지 못했고,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장씨의 신고로 구출된 저우씨는 사례금으로 1000위안(약 19만원)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장씨는 한사코 사양했다. 장씨는 “작은 친절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며 장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 ‘메이투안’에서 ‘선구자 배달원’이라는 명예 칭호와 2000위안(약 38만원)의 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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