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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차 맞은 ‘수요시위’…“일본 사죄 전까지 계속해야”

이소현 기자I 2021.07.14 16:45:04

30년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역사
코로나19 사태로 ‘1인 시위’로 진행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후 쇄신 과제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4일 1500차를 맞았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서울 종로구 평화로 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수요시위는 1992년 첫 시위를 시작으로 지난 29년간 이어져 왔으며, 우리나라 ‘위안부’ 운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인 시위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제1500차 수요시위를 코로나19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현장 참가자 없이 1인 시위로 진행했다.

정의연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세계에서 가장 슬픈 시위,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시위가 1500차가 됐다”며 “수요시위는 공감·소통·연대·평화·미래세대 교육의 장이 됐다”고 밝혔다.

김학순 할머니(1997년 작고)가 1991년 8월 14일 최초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역사적 증언에 의해 시작된 위안부 운동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수요시위는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명이 1992년 1월 8일 정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을 계기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정기 집회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 11개국 시민 1500여명의 공동 주관으로 열린 1500차 수요시위는 일반 참가자들이 현장에 자리하는 대신 수백여명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비대면으로 함께했다. 수요시위 현장에 마련한 대형 현수막에는 ‘1500번의 날갯짓이 불러온 평화’, ‘평화를 향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할 일은 잊지 않고 함께 걷는 것’ 등 1500인이 전하는 15자 메시지도 담아 전시했다. 또 1500차 수요시위 기념 퍼포먼스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연대 발언 등은 모두 사전에 촬영된 영상으로 대신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연대 발언 영상을 통해 “햇수로는 30년, 횟수로는 1500차인데 말이 쉽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요시위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정말로 감사드리고 고맙다”며 “일본과 원수 되지는 않겠다. 교류해서 우리 학생들이 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일본이 사죄하기 전까진 수요시위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5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고려해 현장 참가자 없이 1인 시위로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연대 발언에서 “수요시위는 전 세계의 여성·평화·안보를 위한 국가 행동계획 수립과 이행을 촉구한 유엔(UN) 안보리 1325호 결의안 추진의 원동력이 됐다”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함께하겠다”고 했다.

정의연은 유엔 인권 규범까지 바꾼 공론화의 장이 된 수요시위를 연대의 힘으로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 정부는 1500번의 외침을 무시하고 불법 강점과 전쟁범죄 책임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고, 역사 부정 세력은 거짓과 왜곡을 일삼으며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과 문제 해결 운동을 공격하고 있다”며 “1500번 같은 외침이 반복돼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정부가 성노예제를 중대한 반인도적·반인권적 범죄로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인권이 보장될 것”이라며 “그날이 올 때까지 1천500번을 이어온 바위처럼 강한 연대의 힘으로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기부금 유용 등으로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진 후 쇄신을 다짐한 정의연은 갈등과 반목을 넘어 수요시위를 평화시위로 안착시켜 여성과 인권, 평화를 위한 공론화의 장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실제 우파성향의 자유연대 등은 수요시위를 반대하며 소녀상 바로 옆에서 사이렌을 틀어 방해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맞불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1500차 수요시위 현장도 불법 집회를 단속하는 경찰 인력을 비롯해 취재진과 유튜버들이 몰리면서 한때 소란이 빚어졌다. 일부 우파 유튜버들은 “집합 금지 기간에 왜 모여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으며, “위안부는 사기”라며 반대 목소리도 냈다.

한편 정의연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후원금을 부정 수령하고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내달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윤 의원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오는 8월 11일에 첫 공판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5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현장에서 방역 수칙 준수를 위해 취재진 및 1인 시위자들의 접근이 경찰에 의해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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