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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주택공급 대책은 ‘내가 살고 싶어하는 곳’에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9.7대책의 핵심은 ‘공공주택 공급 확대’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주택 착공과 준공물량 중 공공의 비중은 각각 평균 13.7%, 15.6%에 불과하다. 건설 경기 악화에 민간 건설사의 주택 공급이 수월치 않은 상황이라 해도 민간이 주택 공급을 주도해왔는데 갑자기 공공주택이 주택 공급의 핵심이 될 수 있는지부터 의구심이 든다.
이를 바라보는 정부의 문제의식도 수요 없는 공급임을 방증한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다는 지적에 “서울 강남권에 공급 가능한 주택이 있다. 수서 공공임대주택을 전격적으로 재건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내 공급 대책 질문에 “공공주택에 살라”가 답이었다. 공공주택 임대·분양은 수요자의 소득·자산 등에 제한이 있어 일반 수요와는 다르다. 양주옥정·인천검단·평택고덕·고양장항 등 수도권 일부 공공주택은 여전히 수십에서 수백 가구가 미분양이다.
주택 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수요 억제책이 계속 나올 것이 뻔하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이렇게 바라본다. 6억원 대출 규제가 나오니까 최대 6억원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오르고, 대출 규제가 더 강화돼 4억원으로 하향 조정되면 4억원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정권 내내 ‘수요 억제책’이 계속될 것이란 학습효과는 ‘규제 나오기 전에 사자’라는 조급함만 앞당길 수 있다.
정책 반감도 있다. 6.27 대출 규제로 ‘상급지 갈아타기’에 제동이 걸린 상황인데 정작 다수의 주요 당국자들은 일반 국민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강남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 따르면 재산이 공개된 대통령실 고위공직자 25명 중 9명이 강남권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2채 이상 보유한 공직자도 다수였다. 대출 규제를 통해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를 공고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1차관이 공동 집필한 ‘공정한 부동산 지속가능한 도시’라는 책에는 주거 서비스를 수돗물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택은 ‘주거 서비스’와 동시에 ‘자산’으로서도 기능한다. 수요자는 주택을 ‘자산’으로 보고 접근하는데 정책 당국자가 이를 모르는 척하면서 ‘주거 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춰 접근하는 게 가능할지, 그것이 시장에 먹힐지, 그로 인한 후폭풍은 없을지 의문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정책 당국자의 지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주택 거래자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먼저 읽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