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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일) 홍 전 차장으로부터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방첩사를 지원하라는 말씀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등에 대한 체포 지시 등에 대해선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정치인 내용이나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는 (홍 전 차장이)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조 원장은 밤 11시 30분 긴급 정무직회의를 소집했다. 홍 전 차장은 정무직회의가 끝난 후 조 원장에게 직접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대해 보고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 원장도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정무직회의가 끝난 후 별도로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보고받은 내용에 대해선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방첩사 지원 지시 보고받고도 ‘세부 내용’ 안 물었다?
조 원장은 “정무직회의가 끝나고 제가 나가려고 하는데, 홍 전 차장이 혼자 다시 찾아와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께서) 원장이 외국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지시가 ‘방첩사 지원’인데 확인을 안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홍 전 차장이 당연히 얘기했을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조 원장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 전 차장도 다시 답변에 나서 조 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일단 오전에 원장님이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오후엔 그래도 ‘대통령 전화’나 ‘방첩사 지원’ 부분 보고를 받았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조금 마음이 가볍다. 다행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가 서둘러 (정무직회의가 끝나고) 원장실로 보고 들어가는 것을 비서실 직원들이 다 봤기에 아마 보고 드렸던 것 자체를 다르게 말씀하실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고할 때 ‘방첩사 지원하라’고만 하고 딱 끊고 그다음에 다른 얘기를 안 하나”라며 “사실대로 말하면 조 원장이 보고를 안 받으신 게 아닌 거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당시 보고 상황을 매우 상세하게 진술했다. 그는 “제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원장님이 정무직회의를 했던 소파에 그냥 앉아계셨다. 제가 앉자마자 ‘원장님. 제가 대통령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마 대통령님께서 원장님이 이미 해외 출장 출발을 하셔서 국내에 안 계신 줄 알고 저에게 전화하신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이 4일 아침 일찍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외출장 일정을 착오해 자신에게 전화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실제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것은 계엄 당일이 처음이었다고 전했다.
◇홍장원 “조태용, 보고 안 받은 게 아닌 거부한 것”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이 ‘대통령 전화’ 보고를 받고) 아무 말씀이 없었다. 더구나 (계엄 선포 전) 비상국무회의에 가서 대통령을 만나고 오셨을텐데도 비상국무회의에 갔다왔다는 말씀도 없었다. 제가 이어 ‘대통령께서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합니다’라고 보고하니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조금 놀라시라고 ‘근데 방첩사에서 지금 이재명하고 한동훈을 잡으러 다닌답니다’라고 말씀하니 의외의 답을 받았다. ‘내일 아침 얘기하시죠’였다”며 “그래서 제가 ‘원장님. 그래도 최소한의 업무방향이나 지침을 주셔야죠’ 말씀드렸더니, 원장님이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가버리셨다. 더 이상 보고드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후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홍 전 차장의 ‘대통령이 전화했다’는 얘기와 ‘정치인들을 누가 잡으러 다닐지도 모르겠다’는 말 사이에 두세 가지 얘기가 껴있다”며 “(두 부분을) 띄워놓고 얘기했다는 것을 제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는 “만일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다거나 국정원이 체포 관련 지시를 받은 게 있었다면, 원장이 그날밤 지시를 하지 않고 제가 퇴근한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전 차장이 지금처럼 폭로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제가 쉽게 교체할 수 있었겠나”며 “대통령도 그걸 알고 있었으면 교체를 승인했겠나”라고 덧붙였다.
홍 전 차장은 이에 다시 발언기회가 주어지자 “제가 보고를 안 했을 수도, (조 원장이) 기억을 못 하실 수도 있다. 제가 해당 상황에 대해 말을 한 이유는 당시 상황에서 국정원장과 차장이 어떤 부분에 있어 행동을 했고 그것이 어떤 부분에 있어 국면 수습에 해당되는 부분인지를 설명드리기 위함이었다”며 “자구 하나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부분이 적절한가 생각이 든다”며 추가적인 진실 공방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