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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반년…중동, 500년 만에 육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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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11 14: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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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시리아 하루 트럭 1300대
두바이 제벨알리항 사실상 폐쇄
철도·송유관·해저케이블까지 다시 이어
"바닷길이 철도보다 6배 싸" 회의론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500년 넘게 밀려나 있던 중동의 육상 교역로가 되살아나고 있다. 바닷길이 끊긴 자리를 사막을 가로지르는 트럭과 철도가 메우는 중이다.

지난 4월 15일 시리아 지중해 연안 바니야스항 정유시설 인근 고속도로에 이라크산 경유를 실은 유조 트럭들이 하역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AFP)
지난 4월 15일 시리아 지중해 연안 바니야스항 정유시설 인근 고속도로에 이라크산 경유를 실은 유조 트럭들이 하역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AFP)


바닷길 500년, 전쟁이 뒤집었다

야로브 바드르 시리아 교통장관은 10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에 이라크 남부 유전지대에서 시리아 지중해 연안 바니야스항까지 트럭 1300대가 매일 거대한 행렬을 이뤄 왕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열흘이다. 기온이 50도를 넘는 사막을 가로질러야 하는 고된 길이지만, 호르무즈해협이 여섯 달 가까이 열렸다 닫히기를 되풀이하면서 이라크는 석유 수출 통로가 절실해졌다. 아직은 전쟁 전 수출량의 5% 안팎이지만 육로 수송이 활성화하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1507년 포르투갈이 호르무즈해협에 들어온 이래 바닷길은 육로를 차례로 밀어냈다. 배가 커질수록 낙타 행렬은 시들었고, 식민 열강이 이 지역을 쪼갠 뒤에는 민족주의가 국경을 장벽으로 바꿔놨다. 이스라엘은 독립을 앞두고 이웃 나라들과 이어진 철교를 폭파했고, 걸프 지도자들은 국경 너머가 아니라 먼 나라에 배로 석유를 팔며 강대국에 보호를 기댔다.

육로가 되살아날 조짐은 전쟁 전부터 있었다. 이란 제재는 이웃 나라들과의 방대한 비공식 교역망을 키웠고, 민병대가 밀수 조직 노릇을 하며 무기와 마약까지 실어 날랐다. 한 전직 미국 당국자는 “이란의 네트워크가 이미 육상 경제 회랑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시리아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자 새 길이 열렸고 미국과 걸프 동맹국도 셈법에 끼어들었다. 토머스 배럭 미국 시리아·이라크 특사는 지난해 12월 송유관과 광케이블로 역내 국가들을 묶자고 밀어붙였고, 이스라엘은 두바이에서 하이파까지 2500㎞ 넘는 육상 구간을 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에 다시 기대를 걸게 됐다.

제벨알리항 멈췄지만…트럭·철도는 호황

전쟁은 다른 육로도 앞당겼다. 이 지역 최대 항만인 두바이 제벨알리항은 사실상 문을 닫았고, 올해 상반기 두바이국제공항의 화물·여객 물동량은 1년 전보다 30% 줄었다. 배와 비행기로 오던 물건은 이제 튀르키예에서 걸프까지 2000㎞ 넘게, 또는 사우디아라비아 서해안 항구에서 1600㎞를 육로로 이동한다. 이 육상 다리 덕분에 식량 부족을 피했고 걸프 지역 외국인들에게는 탈출로가 생겼다.

트럭 운송업계는 호황을 맞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물류업체는 전쟁 첫 달인 지난 3월 한 달 수입이 지난해 1년치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이란 항구가 봉쇄되자 파키스탄은 카라치항에 묶인 이란행 컨테이너 3000개를 풀려고 국경 통과소 6곳을 다시 열었고, 튀르키예 트럭들은 이란에 기계와 의약품을 실어 날랐다. UAE와 오만은 국경 통관 검사를 느슨하게 했고, 사우디는 걸프로 가는 화물의 관세 절차를 간소화했다.

철도도 되살아났다. 이란 카스피해 연안 항구에서 테헤란까지는 20분 간격으로 열차가 다니는데 러시아산 육류와 비료, 사료가 실린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잇는 신설 철도의 월 교역량은 전쟁 기간 1년 전의 두 배를 넘어섰다.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노선은 궤도 폭이 달라 여전히 애를 먹지만, 주 1회이던 열차가 두 차례로 늘고 석유까지 나르기 시작했다. 런던에 있는 사우디 전략가 나와프 오베이드는 “중국의 물류 지원이 커지면서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치는 새 교역 회랑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5일 시리아 바니야스항 정유시설 앞 지중해 해상에 그리스 선적 원유운반선 '아사히 프린세스'호가 떠 있다. (사진=AFP)
지난 4월 15일 시리아 바니야스항 정유시설 앞 지중해 해상에 그리스 선적 원유운반선 '아사히 프린세스'호가 떠 있다. (사진=AFP)
송유관·해저케이블까지 다시 그린다

걸프협력회의(GCC) 정상들은 전쟁 중에 쿠웨이트와 오만을 잇는 2100㎞ 철도를 앞당겨 완공하기로 합의했다. 2500억달러(약 337조 7500억원)가 드는 사업으로 오래 미뤄져 있었다. 튀르키예와 사우디는 이스탄불에서 메디나까지 순례객을 나르던 히자즈 철도를 되살려 요르단과 시리아를 거쳐 걸프와 유럽을 잇는 교역로를 만들려 한다. 내전 탓에 3분의 2가량이 끊긴 시리아 철도망도 손본다. 바드르 장관은 지난달 27일 다마스쿠스에서 사우디 교통장관과 도로·철도 확장 협정에 서명했고, 전날에는 레바논 교통장관이 베이루트 노선 재개통 협정을 맺었다.

도로와 철도만이 아니다. 미국 셰브런과 사우디 아람코, 카타르는 이라크에서 지중해로 가는 송유관 재건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알리 자이디 이라크 총리는 지난달 29일 바스라에서 시리아 국경 인근 하디타까지 하루 200만배럴을 보낼 수 있는 46억달러(약 6조 2146억원) 규모 송유관 사업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걸프 국가들은 이미 전력망을 이었고, 이란이 담수화 시설을 공격한 뒤로는 수돗물 공급망까지 묶는 방안을 짜고 있다.

인터넷망도 다시 그려진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디지털 통신은 대부분 홍해 해저 케이블을 지나는데, 2024년 예멘 후티 반군 소행으로 지목된 네 차례 공격으로 연결이 망가지자 통신사들은 대안을 찾아 나섰다. 이라크는 시리아와 지중해로 이어질 송유관을 따라 두 번째 국제 케이블을 놓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우디 통신사 STC는 지난 2월 유럽에서 아시아까지 4500㎞를 잇는 광케이블 ‘실크링크’ 구축을 위해 시리아와 8억달러(약 1조 808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물론 대부분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산유국들이 국방과 국내 수요를 앞세우면서 사회기반시설에 쓸 돈이 줄었고, 도로와 철도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취약하다. 무엇보다 바닷길이 압도적으로 싸다. 바드르 장관은 해상 운송이 철도보다 6배, 도로보다 20배, 항공보다 300배 저렴하다고 추산했다. 그럼에도 바닷길 마비가 길어지면서 이 지역의 경제 지도는 달라지고 있다. 외교가 번번이 이루지 못한 일, 곧 중동 이웃 나라들이 서로 교역하게 만드는 일을 전쟁이 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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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호르무즈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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