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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다음날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날선 반응을 내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입법 독재라는 말 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며 “저는 오늘 민주당을 의회주의 파괴 정당으로 국민께 고발한다”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의 탄핵소추 강행을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며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고, 대한민국의 정상적 작동을 허물어뜨리겠다는 반헌법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대선 불복과 헌정질서 파괴는 날이 시퍼런 부메랑이 되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직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스스로 초래한 결과”라며 “대통령은 사과하고 장관은 심판을 기다리며 자성하라”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음에도 주무장관과 대통령이 끝내 거부한 책임을 국회가 대신 묻기까지 103일이 걸렸다”며 “국민을 지키지 못했고 유족 가슴에 대못까지 박은 이 장관을 계속 두둔만 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제일 공복 의무를 저버린 무책임한 지도자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탄핵에 대한 최종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서도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국민의힘은 “법에 따른 탄핵의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안전은 국가 제일 책무라는 국민 상식과 헌법 정신에 입각해 현명한 심판을 내려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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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의 정치적 후폭풍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의 공간이 크게 줄어들면서, 현재 각 상임위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 논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월 임시국회에는 지난달 처리하지 못한 안전운임제를 비롯해 △추가연장 근로제 △건강보험료 국고지원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도체 세액공제 △방송법 개정안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난방비 폭등 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 방안도 논의해야 하지만 정부여당과 야당 간 입장차가 커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지원하도록 검토하라는 지시가 나온지 일주일도 더 지났다”며 “하지만 아직 당정협의 날짜도 잡지 못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여야는 지난 6일 ‘3+3 협의체’ 오찬 회동에서 정부조직법 개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여가부 폐지, 재외동포청 설립, 보훈부 승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상민 장관 탄핵소추에 이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특검)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는데,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2월 임시국회는 격랑에 휩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