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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지키고 교육은 뒷전…늙어가는 유럽에 세대갈등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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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레 기자I 2026.10.15 14: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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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학생 시위 확산 속 의회는 연금 혜택 축소 거부
고령화에 청년 정치적 영향력 축소…자원 배분 갈등 심화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프랑스에서 교육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의회가 연금 수급자의 세제 혜택 축소안을 거부했다.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령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청년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학생들이 학습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서 청년층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며 저성장과 고령화가 세대 간 자원 배분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노후화된 학교 시설과 교사 부족 등에 항의하는 청년층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 환경 개선과 정부의 교육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학교를 봉쇄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약 20%에 달하며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로 겨우 역성장을 면했다.

이번 학생 시위는 2023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연금 개혁 반대 시위와 대조적이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개혁을 추진하자 연금 혜택 축소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했고, 정부는 결국 해당 조치의 시행을 중단했다. 과거 시위가 고령층에 대한 재정 지원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 시위는 청년층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7일 연금 수급자의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는 예산안을 고령층의 세 부담 증가를 이유로 거부했다. 프랑스의 연금 관련 지출은 전체 정부 지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유럽에서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는 추가 재정 지출을 확대할 여력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스페인에서도 높은 주거비와 청년 실업 문제가 사회적 불만을 키우고 있다. 최근 주거 위기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면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조기 총선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은 22%를 웃돌고 있다. 주택 가격이 임금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택을 보유한 고령층의 자산 가치는 높아진 반면, 청년층은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당수 청년은 30대까지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소득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영국 역시 청년 실업률이 약 16%에 이르는 가운데 런던을 중심으로 높은 주거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연금 인상률을 물가상승률과 임금상승률 등에 연동하는 이른바 ‘트리플 록’ 제도를 유지해 왔다. 최근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해당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노동계에선 “정치적 자살행위”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고령화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대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케빈 아르스노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고령층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에 유리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청년들이 장차 자신들도 받게 될 노후 혜택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노령층에 자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청년 정책을 지지하도록 설득하는 것보다 쉽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노조 역시 고령층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어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유인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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