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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해법 찾았다…‘썩는 소재’ 만든 토종 스타트업[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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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07.01 12:20:06

국내 토종 스타트업 ''글로빅스''
석유 원료 안 쓰고 상온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 대체소재
빨대에서 용기·포장재까지 확장 추진
글로벌 투자사도 기술력에 관심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플라스틱은 싸고 편리했다. 문제는 너무 오래 남아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점이었다. 카페에서 몇 분 쓰고 버린 빨대 하나가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수백 년이 걸린다. 종이 빨대는 눅눅해지는 사용감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기존 생분해 플라스틱도 상당수는 고온·고습한 산업용 전문 퇴비화 시설에 들어가야 분해되는 한계가 있다. 친환경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말은 많았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쓸 만한 대안은 많지 않았던 셈이다.

전쟁이 잇따르면서 플라스틱 문제는 환경을 넘어 산업 위기로 다가왔다. 플라스틱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나온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료 가격 변동이 커질수록 석유계 플라스틱에 기대온 산업 구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는 탈플라스틱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때문이다.

높은 원유 의존도, 환경 파괴. 플라스틱 문제의 해법을 찾아낸 기업이 있다. 탄탄한 계열 연구소를 거느린 삼성이나 SK, CJ 같은 굴지의 대기업이 아닌,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다. 생분해 소재 기업 '글로빅스'는 석유계 원료와 나프타를 쓰지 않는 100% 바이오매스 기반 친환경 소재를 개발했다. 상온에서도 분해되는 플라스틱 빨대 대체 제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시트와 식품용기, 포장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썩는 빨대’에서 출발한 이 강소기업은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시장을 겨냥해 성장해나가고 있다.



“석유 안 쓰는, 썩는 플라스틱”…'탈플라스틱' 진짜 대안은 생분해

그동안 친환경 소재 개발의 초점은 대체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잇따른 전쟁으로 공급불안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원유와 나프타 가격과 공급이 불안정해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기존 제조업 생산라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지, 소비자가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글로빅스가 개발한 ‘BST-100’은 100% 바이오매스 기반 소재로, 석유 성분과 나프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핵심 기반이다. 그만큼 기존 플라스틱 산업은 국제유가와 산유국 수급, 지정학적 리스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료 자체를 석유계에서 비석유계로 바꾼 글로빅스의 BST-100 기술은 환경성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글로빅스가 개발한 상온에서 썩는 빨대. BST-100은 20~28℃ 상온 환경에서 6개월 내 완전 분해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사진=글로빅스 제공)
글로빅스가 개발한 상온에서 썩는 빨대. BST-100은 20~28℃ 상온 환경에서 6개월 내 완전 분해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사진=글로빅스 제공)


기존 생분해 제품 대다수는 이름과 달리 일반 자연환경에서 쉽게 썩지 않는다. 58~60℃ 이상의 고온·고습 조건을 갖춘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 들어가서 전문적으로 처리되어야 분해되는 제품이 적지 않았다. 처리시설로 보내기 위해 별도의 수거와 처리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 역시 시간과 돈이 드는 일이다. 일반 플라스틱과 대체 효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유다.

글로빅스는 생분해 소재가 플라스틱 대체재로 자리 잡으려면 실제 일상 생활 속에서 어디에 버려지더라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특수한 처리시설이 아니라 일반 토양이나 가정용 퇴비처럼 일상에 가까운 조건에서도 분해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BST-100은 20~28℃ 상온 환경에서 6개월 내 완전 분해가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기존 생분해 소재가 넘지 못했던 실온에서의 분해라는 문턱을 없앤 것이다.

글로빅스 제품은 TÜV 오스트리아의 ‘OK COMPOST HOME’ 인증을 확보했다. 20~30℃ 수준의 가정용 퇴비 환경에서 1년 내 분해되고 유해 잔류 물질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는 인증이다.



빨대는 시작일 뿐…용기·포장재로 넓히는 ‘썩는 소재’

글로빅스가 BST-100으로 개발한 상온에서 썩는 빨대는 글로빅스 기술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제품이다. 빨대는 작고 단순해 보이지만 얇고 길게 뽑아내면서도 강도와 사용감을 유지해야 해 대체 소재의 가공성을 확인하기 좋은 품목이다. 글로빅스가 빨대를 먼저 앞세운 것도 소재의 가공성과 분해성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적용 범위는 빨대에 머물지 않고 시트와 도시락·반찬용기, 테이크아웃 포장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은 영역으로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친환경 소재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잘 썩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종이빨대의 결말을 생각하면 소비자가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 공장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빅스의 BST-100은 90~110℃ 수준의 내열성을 갖춰 뜨거운 음료용 컵이나 식품용기 등에 적용할 수 있고, 기존 생분해 소재 대비 원가를 약 50% 낮춰 공급 가능한 수준으로 맞췄다.

생산 측면에서도 기존 플라스틱 제조설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친환경 소재 도입을 위해 전용 설비를 새로 들여야 한다면 시장 확산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빅스는 일반 플라스틱 생산기계에 원료를 투입해 시트를 만들고, 이를 일회용 트레이로 제조하는 진공성형 공정까지 연계해 시험에 성공했다. 별도 고가 설비 없이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어 제조사들의 도입 부담을 낮추는 요인이다.

글로빅스 소재(사진=글로빅스 제공)
글로빅스 소재(사진=글로빅스 제공)




글로벌 투자사와 투자 협의…‘썩는 빨대’ 넘어 소재 기업으로

글로빅스는 국내 사업화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투자사들과 투자 유치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빅스는 투자금을 확보해 연구개발과 생산 확대, 해외 인증 대응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태국과 중국 등 해외 유통·제조업체들이 글로빅스 소재와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현지 생산 가능성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해외 현지 생산 과정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사업화 기반을 먼저 다진 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종량제 봉투 부족 논란까지 일면서 플라스틱 문제가 더 이상 환경 이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석유계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원료 수급 불안이 곧 포장재와 비닐류, 생활용품 가격과 공급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필요한 것은 수입 원료에 흔들리지 않는 대체 소재 기반을 국내에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느냐다.

정부도 나프타 기반 신재 플라스틱 감축을 공식화한 만큼, 글로빅스처럼 자체 기술력을 갖춘 토종 바이오매스 기반 대체 소재 기업이 실제 산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국내 친환경 소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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