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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성인은 그저 '가출인'…사각지대 막을 법은 '계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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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I 2026.08.25 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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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실종 수색절차 법적 근거 없어
실종 성인 수색 제정안 2건 국회 계류
기본권 침해 논란에 13개월간 발 묶여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장미란(37) 씨가 104일이 지난 24일 한림읍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동과 장애인, 치매환자는 신고 사실만으로 수색과 정보조회를 법적으로 가능한 반면 장씨와 같은 실종 성인은 모두 단순 ‘가출인’으로 분류해 관련 근거법이 없어 실종자 수색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같은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제정 법안 2건이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에 부딪혀 13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색 법적 근거 없는 ‘성인 실종’ 사건

성인 실종사건도 수색은 가능하다.

경찰은 예규에 따라 탐문과 추적, 수색을 하고 자살 위험이 뚜렷하거나 급박한 위험이 확인되면 자살예방법과 ‘위치정보법’ 제29조를 근거로 위치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실종 성인의 경우 단순하게 ‘가출인’으로 분류해 위치 정보 확인 등 수색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또 무엇을 확인하고 언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지도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예규에 실종자 본인을 대면하거나 통화로 확인하라는 원칙은 있지만 지키지 않았을 때 이를 걸러낼 절차는 따로 없는 실정이다. 장씨 사건의 담당자인 부 경장처럼 본인 확인 없이 “본인이 소재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기록해도 그대로 종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법률 공백을 메우기 위해 22대 국회에 발의된 성인 실종 관련 제정안은 두 건이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실종성인의 수색 및 발견 등에 관한 법률안’은 신고를 접수하면 단순 실종 성인인지, 더 위급한 ‘특정 실종 성인’인지부터 가리도록 했다.

자살을 시도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생명·신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한 사람이 특정 실종 성인으로 구분된다. 여기에 해당하면 경찰관서의 장이 통신사 등에 개인위치정보와 이동경로정보를 요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요청받은 쪽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같은 당 양부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실종성인의 발견 및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안’도 신고를 접수하면 실종 성인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조치를 반드시 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이 위치정보를 수집할 근거를 두되 목적 외로 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두 법안의 취지는 같다. 성인 실종을 일률적으로 가출인으로 분류하는 대신 위험 여부를 가려 등록토록 법에 명시해 수사 담당자 판단만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두 법안대로라면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은 실종 성인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시스템에 등록해야 하고, 등록을 풀 때도 본인이 소재 통보를 원하지 않았다는 의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현재 이 절차는 모두 예규에 따라 경찰관 재량으로 운영된다.

“성인은 의사능력자”…기본권 벽에 멈춘 제정안

다만 이 법안들은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입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두 법안은 지난해 7월 9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에 상정돼 축조심사(법안 조문을 하나씩 검토하는 절차)를 받았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된 상태다. 성인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의사능력자인 만큼, 국가가 실종 신고를 이유로 위치를 추적하는 순간 사생활 침해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허 의원실은 제2의 장미란 사건을 막기 위해 계류된 제정안을 우선순위에 올려 신속하게 재심사를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담당자가 혼자 사건을 종결하지 못하도록 상급자 승인이나 교차 확인을 거치게 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허 의원실 관계자는 “실종자가 가족을 만나길 원하지 않으면 소재는 알리지 않고 안전 여부만 확인해 주는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색 방안을 법률화할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성인 실종법이 스토커나 빚쟁이가 가족을 빙자해 악용될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제정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체 가출자 중 단 2%라도 생명이 위험하다면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것도 경찰의 책무”라며 “실종 신고를 할 수 있는 가족의 범위나 신고가 들어왔을 때 경찰이 개입할 수 있는 요건 등을 명확하게 정한다면 기본권 침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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