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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오전 10시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사건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과 변호인 측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공소사실에 의견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인정할 수 없다”, “모두 부인한다”고 이어 말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난 1월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검은색 양복에 타이를 매지 않고 단추를 하나 푼 흰 셔츠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최근 급성충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으면서 8㎏가량 빠져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변호인들과 인사하며 악수를 나눴다.
재판 중에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종종 천장을 보거나 방청석을 바라보기도 하고 재판이 길어지자 마스크를 내려 물을 마시기도 했다.
◇檢 “이 부회장 사익목적 합병”…변호인 측 “檢, 삼성 범죄단체로 생각”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먼저 오전에 이 부회장 등 피고인 11명의 공소사실을 요약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 당시 변호인 측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검찰은 “합병에 최소비용을 들인 이 부회장의 승계 및 지배력 강화가 수많은 증거로 확인됐다”며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이뤄져야 했고 삼성물산에 손해가 야기됐다. 피고인들은 이 부회장의 사익을 목적으로 유리한 시점을 선택했고 사업 효과는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측은 “피고인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너지 효과로 합리적이지도, 근거도 없는 수치를 제시했다”며 “그 자체로 허위”라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합병에 경영권 승계 목적이 수반될 수 있어 이 자체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데, 검찰은 마치 합병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순환출자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됐고 경영권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검사님들은 피고인이 합병이나 회계과정에서 쉼 없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마치 (삼성을) 범죄단체로 보는 것 같다”며 “기업경영과정의 모든 행위가 범죄로 치부되는 이 상황이 안타깝다. 재판장께서도 피고인들이 무고함을 벗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사업적 필요성’에 다른 기업 경영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적 필요성을 허위 명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게 왜 허위명분인지 증명해달라. 선언이 아니라 증명이 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재판을 마친 이 부회장은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곧바로 지하통로를 통해 호송차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파란색 호송차 타고 다시 경기 의왕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호송차는 외부에 철저히 차단됐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후에도 오는 5월6일과 20일로 예정된 공판에도 출석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