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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폭행 후 방치했다”…檢, '정인이 양모' 사형 구형(종합)

박순엽 기자I 2021.04.14 22:12:43

검찰, 14일 ‘살인 혐의’ 정인양 양모에 사형 구형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 인정"
‘아동학대 혐의’ 양부도 징역형 구형…“범행 회피”
양부모 “딸에게 미안…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인 학대로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에 대해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여러 전문가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정인양의 양아버지에게도 아내의 학대와 폭행을 방임했다는 책임을 물어 징역형이 구형됐다.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진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의 양부모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서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소 물건 잡듯 정인양 들어 올려…檢, 양모에 사형 구형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 심리로 14일 진행된 정인양 양어머니 장모(35)씨의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아울러 장씨에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과 함께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 명령 10년과 전자장치 부착 명령 30년, 보호관찰 명령 5년 등도 요청했다.

검찰은 또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에게도 징역 7년 6월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안씨에게도 장씨와 마찬가지로 10년 간 아동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검찰은 “피해자는 이들에게 입양되지 않았더라면 다른 부모로부터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으면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며 “피해자는 이들을 부모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입양돼 영문도 모른 채 입양 초기부터 폭행당하고 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그동안 증인 신문에 출석한 전문가들의 증언을 토대로 정인양이 숨진 데 장씨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검찰은 “키 79cm, 몸무게 9.5kg인 생후 16개월 작은 아이를 수일 전에 폭행해 심각한 복부 손상이 있던 상태에서 다시 발로 강하게 밟는 경우엔 정인양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반 성인이라면 인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치명적인 폭행 이후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첫째 아이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며 피해자를 방치한 점을 돌이켜보면 장씨에게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또 “정인양의 건강과 회복에 책무가 있는데도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를 별다른 이유 없이 장기간 학대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장씨의 학대 정황이 담긴 증거를 법정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씨는 목이나 손목만 잡아서 물건을 잡듯 정인양을 들어 올리기도 했으며, 엘리베이터 안 거치대에 정인양을 앉혀둔 채 자신의 머리를 손질하기도 했다. 검찰은 여러 증언을 미뤄볼 때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기간 건강이 악화됐다고도 분석했다.

검찰은 안씨에 대해서 “아버지로서 책무를 버리고 장씨의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보고만 있을 뿐 자녀 생존과 건강, 행복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면서 “자신은 장씨의 학대 행위를 몰랐다고 하면서 장씨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범행 사실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모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변호인들 “선처 부탁”…정작 양부모는 “모든 벌 받겠다”

장씨 측 변호인은 “염치없지만, 당시 사망 가능성을 몰랐고, 책임을 느끼고 후회·반성하고 있다”며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선처를 부탁한다”고 변론했고, 안씨 측은 “아버지로서 정서적 학대를 가한 가해자이지만, 누구보다도 힘든 유족”이라며 학대하는 걸 알고도 방임했다는 검찰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양부모들은 직접 의견을 밝히는 최후 진술 자리에서 자신들의 선처를 요구하지 않았다. 장씨는 “절대 있어선 안 될, 용납 불가능한 일을 저질렀다”며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커서 집착이 됐고,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며 “어떤 죄든 달게 받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장씨는 정인양을 숨지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사망 당일에도 아이가 힘들어했지만, 아이를 미워하거나 잘못되길 바란 점은 맹세코 없다”며 “상상도 못할 일이라 (아이가) 죽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어 학대 사실을 남편에게도 숨겼으며 남편에게 배신감을 안겨줘 미안하다고도 울먹였다.

안씨는 자신을 “아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고, 저에게 큰 행복을 준 아이를 지키지 못한 나쁜 아빠”라고 하며 “아픈 몸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아빠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해 아이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흐느꼈다. 안씨는 “분리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첫째만 아니면 목숨으로 책임을 지고 싶기에 선처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그해 10월 13일 정인양 등 쪽에 강한 힘을 가해 정인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또 양부 안씨에 대해선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부인의 방치와 폭행으로 정인양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부인의 기분만을 살피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을 적용했다.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2차 공판이 열린 지난 2월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으로 입양부 안모씨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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