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과 12일 오전 9시부터 14분간 정상통화를 진행했다.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2016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조지 부시 대통령)보다는 늦고,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빠르게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각각 하루 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당선 일주일 만에 통화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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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과의 통화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과의 인연이 등장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김 전 대통령과 1980년대 초 인연을 맺었고, 2001년에는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청와대를 찾기도 했는데, 문 대통령이 이 경험을 언급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바이든 당선인이 상원 시절 노력해온 것을 우리 국민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자서전 문구도 인용했다고 한다. 바이든 당선인의 자서전에는 셰이머스 히니의 ‘트로이의 치유’라는 시구가 등장한다. ‘역사는 말한다. 희망을 갖지 말라. 무덤의 이쪽에서는. 그러나 일생에 한번쯤 오래 기다리던 정의의 파도는 일어나고 희망과 역사가 운을 맞춘다.’라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언급하면서,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확정을 축하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통화 종료 20분가량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통화사실을 알렸다. “굳건한 한미동맹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바이든 당선인과 코로나 및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세계적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적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SNS에 글을 올리면서 사진 두 장을 같이 게재했다. 지난 2017년 6월 문 대통령이 방미했을 때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 공원을 방문해 헌화하는 사진과, 지난 11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펜실베니아주의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는 모습이다.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한미 정상통화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보다 30분 늦게 이뤄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한미 정상통화 시간을) 우리가 먼저 정하고 난 뒤 미일 정상통화가 이뤄졌다”면서 “이번 통화시간인 오전 9시는 우리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9시에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