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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전국 학생의 3%만 표집평가”
일제고사는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 교육과정 개선에 활용하기 위해 1986년부터 시행했다. 국어·수학·영어는 전국 중3·고2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 평가하며, 사회·과학 과목은 중학교 236개 학급을 산출해 표집 평가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이를 표집평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중3·고2 학생(평가대상 93만 5059명)의 3%인 2만 8646명을 추출, 이들만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일제고사는 초기엔 표집평가로 치러지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부터 다시 전수평가를 실시, 이때부터 ‘일제고사’란 별칭을 얻었다. 전수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국단위의 일제고사를 폐지한다는 의미다.
◇ “사실상 학교 줄 세우기...폐지 환영”
교사들은 정부의 일제고사 폐지 방침을 대체로 긍정 평가했다. 고교 교사인 김규태(30·가명) 씨는 “일제고사 성적에 따라 학교가 서열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제고사 폐지에 따른 장·단점이 있겠지만 학교를 줄 세우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없어지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제고사 결과가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연구 목적보단 사실상 학교를 줄 세우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일제고사의 평가 결과는 교과별로 △우수학력 △보통학력 △기초학력 △기초학력 미달 등 4단계로 구분된다. 예컨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학교는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우수’ 학생이 많은 학교는 학교 서열의 윗자리를 차지한다는 주장이다.
고교 국어교사인 정모(27)씨도 “통상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게 나타나는데 일제고사를 통해 이같은 서열이 공개되는 것”이라며 “교사들은 일제고사 폐지 소식을 듣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학교서열화는 엄연한 현실” 반대 입장도
반면 학교 서열화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기 때문에 굳이 일제고사를 폐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 개포고 3학년 이모(19) 양은 “일제고사는 전국의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봐 본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학교마다 엄연한 차이가 있는 만큼 일제고사를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폐지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도 찬·반으로 갈린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간 일제고사를 통해 학생들의 교육적 성과를 확인해왔는데 이를 폐지하면 그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할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제고사를 없애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황규호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장은 “학교 간 성취도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면 학업성취도 평가를 반드시 전수평가로 할 필요는 없다”며 “교육과 학업성취도 간 인과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면 표집평가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학자들 평가도 갈려..자사고 폐지 우려도
학부모들은 일제고사를 기점으로 외고·자사고까지 폐기될 것으로 보고 이에 우려를 표했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는 “외고와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 체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 왔다”며 “만약 외고·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학력이 우수한 지역에 거주하면 좋은 학교에 가는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과 관계없이 학생을 선발하는 외고·자사고가 우수 학생에 대한 ‘수월성 교육’을 지탱해 왔다는 주장이다. 이를 폐지할 경우 고교 교육이 획일화·평준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올해 자녀를 자사고에 보낸 박모씨도 “자사고가 폐지되면 열심히 준비해 자사고에 진학한 우리 아이 같은 경우 불이익을 보게 되는 것 아니냐”라며 “일반고로 전학을 시켜야 하는 게 아닌지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