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쇼핑 앱을 돌아다니며 가격과 후기를 비교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던 과정을 인공지능(AI)이 대신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갖춰지면서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가 이커머스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전틱 커머스는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상품 검색·비교·추천부터 주문·결제까지 쇼핑 전 과정을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기반의 전자상거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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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로 대응 전략은 엇갈리고 있다. 검색·데이터부터 물류·배송까지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온 업체들은 외부 AI에 빗장을 거는 반면, 외부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거래 규모를 키워온 업체들은 선별적 개방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25일 유통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퍼플렉시티의 AI 에이전트가 아마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1심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뒤집었다. 앞서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AI가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구매하는 과정에서 자사 서버에 무단 접근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법원은 AI를 통해 아마존에 접속한 실질적인 주체를 퍼플렉시티가 아닌 이용자로 판단했다. 이에 퍼플렉시티가 미국 컴퓨터사기·남용방지법(CFAA)을 위반했다는 아마존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가처분을 뒤집었다.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온라인 플랫폼에 접근하는 행위에 대한 미 연방 항소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이번 결정은 가처분에 한정된 것으로 본안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외부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상품 검색은 물론 주문·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되면 플랫폼의 개방 여부가 곧 고객 접점과 데이터 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어서다. 다만 각사가 성장해온 사업모델과 플랫폼 경쟁력의 차이에 따라 외부 AI를 바라보는 셈법도 엇갈리고 있다.
우선 쿠팡은 외부 AI 에이전트에 플랫폼을 적극 개방하기보다 자체 생태계 안에서 AI 활용도를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직매입부터 물류센터, 배송망까지 주요 기능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며 핵심 역량을 내재화해 온 만큼 AI 역량 역시 외부 사업자에 고객 접점을 넘기기보다 자체 쇼핑 환경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쿠팡은 상품 상세 페이지를 중심으로 AI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상품 상세 페이지 전반에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고객 친화적인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쉽고 편안하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쇼핑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자체 쇼핑 생태계와 AI를 결합한 ‘완결형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부터 자체 상품 추천 기술 ‘AiTEMS(에이아이템즈)’를 쇼핑에 적용해온 데 이어 올해 2월 말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AI 쇼핑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네이버쇼핑 관계자는 “60만 스마트스토어 상품 정보와 블로그·카페, 리뷰, 배송·멤버십 등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탐색부터 비교·추천, 결제까지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끝내는 전략”이라며 올해 5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거래액 가운데 AI 추천을 통한 거래액 비중은 처음 50%를 넘어서디고 했다“고 전했다.
반면 G마켓은 외부 AI 에이전트에 필요한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G마켓 관계자는 ”AI 에이전트를 통한 쇼핑이 하나의 소비 채널로 자리 잡는 흐름 자체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며 ”자체 채널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한해 단계적·선별적으로 개방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G마켓의 이 같은 전략이 오픈마켓을 기반으로 판매자를 연결하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합작법인(JV)을 추진하는 사업모델과도 맞닿아 있다고 본다. 상품·물류·배송을 내재화한 쿠팡과 달리 외부 사업자와의 연결을 통해 플랫폼 규모를 키우는 구조인 만큼 외부 AI에도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선택지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SSG닷컴은 아직 관망하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외부 AI를 통한 단순 상품 검색·노출은 제한하지 않지만 로그인·주문·결제까지 허용할지와 자체 AI 에이전트 도입 여부는 검토 단계“라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외부 AI 에이전트에 플랫폼을 어디까지 개방할지를 두고 업체별 전략이 엇갈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AI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외부 AI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이커머스 업체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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