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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줘” 말하자 척척…수술실 들어온 휴머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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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빈 기자I 2026.09.17 14: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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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RPA-H 수술보조 휴머노이드 개발 사업
기구 전달·내시경 조작·조직 견인 시연
수술보조 인력 60% 대체 목표…2029년 첫 임상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가위 주세요.”

수술대 옆에 선 휴머노이드 로봇이 움직였다. 트레이 위 수술기구 가운데 가위를 찾아낸 뒤 팔을 뻗어 집도의에게 건넸다. 잠시 뒤 “가져가”라는 말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의사의 손 위치를 인식해 사용한 기구를 회수했다.

원격 집도 시연 장면. 의료진이 원격으로 휴머노이드를 조작해 담낭절제술을 수행하고, 다른 휴머노이드가 내시경 조작과 수술 보조를 맡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원격 집도 시연 장면. 의료진이 원격으로 휴머노이드를 조작해 담낭절제술을 수행하고, 다른 휴머노이드가 내시경 조작과 수술 보조를 맡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16일 서울 삼성생명일원캠퍼스에서 열린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오케스트라(ORchestra)’ 라이브 시연회에서는 수술실에서 사람 의료진과 협업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모습이 공개됐다. 아직 사람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로봇이 ‘수술 조수’로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시연 대상은 담낭절제술이었다. 실제 환자 대신 동물 생체조직을 활용해 수술 환경을 재현했다.

첫 세션에서는 휴머노이드 3대가 역할을 나눴다. 한 대는 의료진의 원격 조작을 받아 집도를 맡고, 다른 한 대는 수술기구 전달·회수를 담당했다. 나머지 한 대는 내시경을 잡아 수술 부위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조직을 당기는 보조 역할을 수행했다.

이어 원격 집도 로봇이 빠지고 실제 외과의사가 들어섰다. 사람 집도의 1명과 휴머노이드 2대가 한 팀이 되는 ‘솔로 서저리’ 시연이다. 집도의가 클리퍼나 가위 등을 요청하면 로봇이 카메라로 기구의 모양과 위치를 확인한 뒤 필요한 도구를 골라 전달했다.

솔로 서저리 시연 장면. 집도의 1명이 휴머노이드 2대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로봇은 음성 명령에 따라 수술기구를 전달·회수하고 내시경 시야를 조절한다. (사진=신영빈 기자)
솔로 서저리 시연 장면. 집도의 1명이 휴머노이드 2대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로봇은 음성 명령에 따라 수술기구를 전달·회수하고 내시경 시야를 조절한다. (사진=신영빈 기자)
내시경을 든 로봇은 별도 명령이 없어도 집도의가 움직이는 수술기구를 영상으로 추적하며 시야를 따라 움직였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수술 보조 인력이 맡아온 내시경 유지와 기구 전달, 조직 견인 등을 단계적으로 자동화하겠다는 목표다.

휴머노이드 형태를 택한 이유는 기존 수술실을 크게 바꾸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서다. 다빈치 같은 기존 수술로봇은 대형 장비를 수술실에 설치하고 수술 흐름도 이에 맞춰야 한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의료진이 서던 자리에 투입할 수 있어 기존 수술실 구조와 작업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두 발로 걷는 형태보다 바퀴형 이동 플랫폼이 수술실에는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모빌리티 관점에서는 바퀴만큼 안정적인 것이 없다”며 “의료 현장에서 정밀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바퀴형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로봇 손도 고도화하고 있다. 세 번째 시연에서는 에이딘로보틱스가 개발 중인 다관절 로봇핸드를 공개했다. 사람이 조작장치를 움직이면 로봇 손가락이 같은 동작을 따라 하고, 손가락별 센서는 접촉 위치와 힘을 데이터로 기록했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향후 로봇이 스스로 수술기구를 다루게 하는 것이 목표다.

다관절 로봇핸드 시연. 에이딘로보틱스가 다관절 로봇핸드를 이용해 수술기구를 조작하는 텔레오퍼레이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다관절 로봇핸드 시연. 에이딘로보틱스가 다관절 로봇핸드를 이용해 수술기구를 조작하는 텔레오퍼레이션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현재 연구실 평가 기준 수술도구 5종의 집기 성공률은 100%, 전달 성공률은 98.7%다. 과제 종료 시에는 음성 명령 인식률과 동작 성공률을 각각 99% 이상으로 높이고, 명령 후 1초 안에 움직이는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술 보조 인력 업무의 60%를 로봇이 맡는 것도 목표다.

첫 환자 대상 임상시험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이에 앞서 대동물 전임상시험과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임상 대상은 담낭절제술과 뇌하수체종양절제술, 자궁근종절제술, 지방종절제술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휴머노이드형 피지컬 AI 수술 보조 로봇 시스템 개발(PAIR-S)’ 과제다.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로봇 본체, 에이딘로보틱스가 그리퍼와 핸드 개발을 맡고 있다.

다만 이날 모습을 곧바로 완성된 수술로봇으로 보기는 이르다. 연구가 시작된 지 약 1년 3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5년짜리 과제의 중간 결과물이다.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총괄연구책임자는 “지금은 사람이 하는 수술을 로봇이 완전히 대신하겠다는 단계가 아니다”며 “기존 수술실 흐름을 유지하면서 사람이 반복적으로 해야 했던 내시경 유지나 기구 전달, 조직 견인 등을 휴머노이드가 맡는 것이 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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