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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은행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이내에서만 보유할 수 있고, 금융지주회사 차원에서는 최대 25% 수준까지 보유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지주 차원의 투자를 염두에 두는 이유다. 신한은행은 당초 KDAC 지분 15%를 보유했지만, KDAC의 증자와 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돼 지난 6월 기준 보유 지분은 2.23% 수준으로 낮아졌다.
법인과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 본격화에 앞서 자본 확충이 절실한 국내 커스터디사들과 VASP 라이선스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인프라가 필요한 전통금융사들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법인의 잠재적인 가상자산 수탁 수요가 보수적으로 잡아도 7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금융사 입장에선 비트코인 등 현물 ETF와 기관 투자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자산운용사를 대신해 기초자산을 보관할 전문 디지털자산 수탁사가 필요하다.
전문 수탁사들은 체급 키우기에 한창이다. 법인과 기관의 시장 참여가 확대될수록 수탁사의 자본 규모와 재무건전성이 거래 상대방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법인은 자산 보호와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등을 위해 공신력 있는 수탁 서비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탁사의 자본력을 따질 수밖에 없다.
앞서 하나금융지주는 SK텔레콤과 함께 미국 기관용 디지털자산 수탁·인프라 기업 비트고(BitGo)의 한국법인 비트고코리아 지분 25%를 확보했다. 비트고코리아는 지난달 금융정보분석원(FIU)의 VASP 신고 수리를 마치고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알렸다. 최근 Sh수협은행도 커스터디 VASP인 인피닛블록 지분 15%를 인수했다. 기존 주주인 iM뱅크 역시 추가 출자를 통해 지분율을 15%로 높이면서 양사는 인피닛블록의 공동 2대 주주가 됐다.
가상자산사업자들은 해외 기업에 대한 구애도 적극적이다. 실제 유치가 가시화되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써클을 비롯한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지분 투자에 앞서 국내 VASP의 기술력과 서비스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한 개념검증(PoC)과 사업성 검토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유동성공급자(LP), 시장조성자(MM), 벤처캐피털(VC) 등 다양한 해외 사업자들도 국내 VASP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투자나 인수 대상으로 검토할 만한 국내 VASP가 많지 않아 우량 사업자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반면 아직 자금줄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VASP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대형 원화 거래소(두나무·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를 비롯해 대주주를 금융지주로 둔 수탁사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중소 커스터디는 앞길이 캄캄한 상황이다. 디지털자산 수탁 규모가 커질수록 자기자본을 크게 웃도는 자산을 보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법인들이 유치를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 대표 디지털자산 트래저리(DAT) 기업인 비트맥스와 비트플래닛은 각각 자본력이 검증된 한국디지털에셋(KODA), 디에스알브이(DSRV)와 수탁계약을 맺고 있다.
중소 커스터디사의 투자 유치 움직임에 불을 붙인 또 다른 요인은 강화된 재무건전성과 대주주 적격성 규제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VASP와 대주주는 내년까지 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등을 토대로 추산하면 지난해 말 기준 VASP 29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FIU가 공개한 신고수리가 결정된 사업자는 업비트, 코빗, 코인원, 빗썸, 플라이빗, 고팍스, BTX, 포블, 코어닥스, KODA, KDAC, 비블록, 크립토닷컴, 빗크몬, 프라뱅, 보라비트, 오하이월렛, 하이퍼리즘, 오아시스, 커스텔라, 인피닛블록, DSRV, 비댁스, 인엑스, 웨이브릿지 프라임, 바우맨, 로빗, ABC Cloud Wallet, 비트고코리아 등 29개사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부채총액이 자산총액을 웃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중소형 VASP의 자금 사정은 이미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사업자는 신규 투자금 확보가 지연되면서 임금 체불과 고용보험료 미납 문제를 겪고 있으며 구조조정까지 진행하는 등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 확충에 실패하면 특금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향후 VASP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사업자들이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 유치를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며 “기존 주주 관련 기준이나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방향을 보면 결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금융회사 대주주에 준하는 사회적 신용도를 요구하는 흐름”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VASP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기존 사업자들도 자본을 확충하고 주주 구성을 개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정 금융사가 최대주주인 경우에도 사업이 성장하면서 외부 자본이 계속 유입되면 기존 대주주의 지분은 자연스럽게 희석될 수밖에 없어 최대주주 지위를 장기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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