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의료개혁이 완성되면 어디에 살건, 어떤 병에 걸리건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려는 게 목표”라며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 지속한다면 지역의료는 결국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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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비해 적지만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3년 길고 사망률도 낮아 의사가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의사가 필요한 곳에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장 수석은 의사수급문제를 정부의 책무라고 봤다. 장 수석은 “의사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만 수급은 정부의 권한이라기보다 책무”라며 “김대중 정부 시절 의약분업을 하면서 의료계와 타협해서 의대 정원을 줄였다. 만약 그때 (의대 정원) 351명을 줄이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논의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시각차도 드러냈다. 장 수석은 “응급환자를 담당해야 할 전문의들이 지역으로 가면 부족하고 필수의료에선 더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기본적으로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국내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세계 최고최대 수준일 것”이라며 “그들이 현장을 떠난 건 소송부담과 저수가, 배후진료 문제다. 그들이 돌아오게 해야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의대 휴학 승인에 대해서는 더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장 수석은 의대생들의 휴학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장 수석은 “일부 학생들이 휴학은 권리라고 하는데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라며 “고등교육법령상 휴학은 교육과정에 등록한 학생이 입대나 질병, 어학연수나 가족의 이사 이런 개인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유가 생겼을 때 신청하고 학교에서 승인해주는 것이다. 현행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은 법령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느 순간 정부 정책에 반발해 일시에 모든 학생이 승인 불가능한 휴학을 내는 건 개인적인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는 교육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대생을 포함한 의료계는 휴학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이므로 교육부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고등학교로 따지면) 봄, 여름에 못 다녔는데 10∼11월부터 시작해서 그 학년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라며 “불가하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사 수가 늘면 국민의 건강보험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수석은 “건강보험요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급격하게 부담이 늘지 않도록 (국가) 재정에서 필요한 부분을 감당해가면서 유지해 나가겠다”며 “증원이 되어도 전문의가 되려면 최대 16년이 걸리는데 그 정도까진 (정부) 재정으로 부담하면서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날도 공감보다 이견을 더 많이 보였지만 첫 대화의 장을 만든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장 수석은 “희망의 싹을 봤다”며 “앞으로도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어렵게 싹튼 희망의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도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본 오주환 서울대 교수는 “대화라는 걸 해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일부 의사단체에서는 정부와 대화하면 안 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일부 교수의 성난 목소리로 토론회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 교수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앞으로 추가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나가는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장 수석은 토론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를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 의료계의 의대증원 철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