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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0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30대 그룹 총수 초청 간담회에 조 회장을 초청했다. 간담회 핵심의제가 일본 수출규제인 만큼 한진그룹은 직접적인 당사자는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주재한 행사에 2년만에 초대되면서 총수로서 자리매김 하는데 성공했다.
앞서 한진그룹은 지난 1월 청와대가 자산순위 상위 25위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는 부영·대림과 함께 초대받지 못했다. 재계순위 13위 그룹임에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대표되는 총수 일가의 비위와 함께 조양호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인한 비판적인 여론이 작용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인 선정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다시 부각된다면 기업에도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조양호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한 후 조 회장이 회장직을 넘겨받으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 회장을 한진그룹 동일인(총수)로 지정하며 그룹 총수로 공식 인정했다.
총수 지정이 다소 늦어지며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조 회장은 지난 6월 ‘항공업계 UN총회’로 불리는 IATA연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관련 의혹을 불식시키고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조원태 회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며 주목받았다. 이른바 ‘물컵갑질’로 경영 일선에 물러난 뒤 1년 2개월만이다. 다소 이른 복귀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한진그룹 측은 형제간 ‘화합경영’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정석기업 고문으로 복귀하며 경영권 안정에 힘을 보탰다.
때마침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도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한진은 작년부터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주주 KCGI(강성부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KCGI는 한진과 한진칼을 상대로 감사인 선임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으나 최근 “불필요한 분쟁을 만들지 않겠다”며 소송을 취하하는 등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든 분위기다. 아울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 사들이는 등 ‘백기사’(우호지분)로 나서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한발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취임 이후 과제를 차례로 해결하며 존재감을 확인하고 있다”며 “IATA총회에 이어 청와대 간담회 참석을 이어가며 한진그룹의 공식적인 총수로 이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