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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께 숙소인 조어대(釣魚台)를 출발해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 생약 제조업체인 동인당(同仁堂) 공장을 향했다. 동인당은 청나라 강희제 시절인 1669년 세워진 중국의 제약기업으로 중국 고위 관리들로 자주 시찰하는 곳이다. 1991년 국가 1급 기업으로 선정됐고 2006년에는 국가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김 위원장이 이곳을 찾은 것을 두고 약초 산업 현대화의 메시지를 주려는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산지가 많은 북한이니 만큼 약초 생산량을 바탕으로 이를 산업화할 수 있는 지를 계산했을 수 있으리란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도 “인민들이 사회주의 보건제도의 우월성을 실감할 수 있게 제약공장들과 의료기구 공장들을 현대화하고 의료기관들의 면모를 일신하며 의료봉사 수준을 높여야 한다”라고 했다.
우리 정부와 남북 보건의료 회담을 개최해 겨울철 인플루엔자 대비를 위한 타미플루의 지원을 요청한 것에서도 김 위원장이 보건의료 산업의 현대화를 꾀하고 있는 모습을 읽을 수 있다. 동인당 공장 시찰을 계기로, 중국과도 보건의료 관련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경제기술개발구는 하이테크 산업과 우주 관련 산업이 집약돼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북한 내부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도 뚜렷하다. 경제기술개발구는 중신(中芯) 국제, 징둥팡(京東方) 등 중국 최첨단 기업들은 물론, 노키아, 벤츠, GE 등 글로벌 업체들이 대량 입주해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과 5월, 6월 방중에서도 비슷한 루트로 중국을 돌아봤다. 3월 첫 방중 때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촌(中關村)에 있는 중국과학원을 찾아 가상현실(VR)을 체험했다. 두번째 방문에서도 다롄 내 비즈니스 단지와 국유 전자기업 등을 참관했고 세번째 다시 베이징을 찾아 농업과학원, 궤도교통 지휘센터를 두루 둘러봤다. 북한의 경제발전에 대한 열망이 확연히 드러난다.
현지언론이나 외신에서도 김 위원장이 방중 때마다 과학기술 단지를 찾는 것을 두고 북한 경제개혁을 위해 중국 경험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직접적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AP통신은 “북한이 제재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8일 늦게까지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중 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양국간 입장 정리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