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유유통시장 개선 방안: 알뜰주유소 정책의 한계와 과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고유가 시대의 정책이 이제는 산업 생태계를 약화하고 있다”며 제도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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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알뜰주유소의 가격 인하 효과 자체는 인정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24~25원 저렴하고 인근 경쟁 주유소의 가격도 6~8원 내리는 간접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사회 전체 후생 증대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석이 제시됐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소비자잉여 증가는 연 3억원 수준에 그치고, 생산자잉여 감소와 정부 예산을 감안하면 순편익은 마이너스”라며 “가격을 낮춘 만큼 정유사·대리점·일반 주유소의 이익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유사의 이중 공급단가 구조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60~100원 저렴하게 공급받아, 실제 소비자 할인폭(약 25원)을 제외한 35~75원이 사업자의 초과이윤으로 남는다. 이는 ‘특정 사업자에게 이익이 몰리는 불공정 구조’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지역·소득별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수도권의 알뜰주유소 비중은 3~7%에 불과한 반면 지방은 15~20%까지 높아 지역 간 편차가 크고 연료 사용량이 많은 고소득층일수록 혜택이 커 역진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체 시장 경쟁력 저하 현상도 뚜렷했다. 장연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뜰주유소 반경 2km 내 일반 주유소의 퇴출 위험이 2.5배 높아진다”며 “초기 가격 효과는 5~6년 뒤 사라지고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약화한다”고 분석했다.
불공정 가격 경쟁에 지방 주유소 ‘한계’
에너지 전환기에 정유사들의 수익 감소에 따른 투자 여력 상실도 문제로 제기됐다. 정유사 영업이익률은 최근 0.1∼2.5%, 주유소는 1.5~2%로 일반 소매업(3~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김형건 교수는 “국내 정유사들은 지속가능항공유(SAF), 바이오연료, 수소 등 에너지 전환 산업의 핵심 설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미래 투자 여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일반 주유소는 2019년 1만278곳에서 올해 9270곳으로 줄었지만, 알뜰주유소는 오히려 늘었다”며 “영세·지방 주유소가 빠르게 사라져 석유 유통망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방 주유소는 폐업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해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한국석유공사 측은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 경영난의 주범이라는 인식은 오해’라며 반박했다. 정시내 석유공사 유통사업처장은 “2019~2024년 주유소 감소는 인구 감소와 연비 향상, 전기차 증가 등 산업 전체의 하향 추세 때문이지 알뜰주유소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알뜰주유소는 소비자 비용 절감, 국제가격 변동의 국내 전가 완화, 물가 안정 등 역할을 분명히 해왔다”며 “정유사에 기울어진 유통 구조를 보완할 중간 플레이어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의 논란을 알고 있으며 물가 안정·상생·공급 다변화를 중심으로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며 가격 조정, 중간 유통 단계 다변화, 공급 물량 제한 검토 등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알뜰주유소 정책을 ‘민간 중심 자율경쟁 체계’로 점진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 대안으로는 △알뜰주유소의 저가 공급·가격할인 의무 폐지 △정유사 이중 공급단가 개선 △석유공사 인센티브 폐지 및 전환기 주유소 지원기금 전환 △유류세 탄력 운용으로 물가 대응 △도매가격 공개 및 전자상거래 확대 △한계 주유소의 전기차·수소충전 인프라 전환 지원 등이 제시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가 민간 사업자와 직접 경쟁하는 불공정 구조는 더이상 유지돼선 안 된다”며 “알뜰주유소가 소비자 가격 안정을 명분으로 하지만, 사업자 역시 소비자이자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정한 가격 체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