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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생인 전 전무는 삼양식품의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 손자이자,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부회장 아들이다. 컬럼비아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019년 25세 이른 나이에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했고, 4년 후 2023년엔 상무로 올라섰다.
2019년은 삼양식품 해외사업이 본격적인 확장세를 보이던 시기다. 전 전무는 이 시기 어머니인 김정수 부회장을 따라 현장에서 직접 경영수업을 받았다.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등의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거래선 미팅을 비롯해 현지 유통권 관련 계약, 현지 영업현황 점검 등을 맡았다. 이후 경영전략부서로 이동해 사업 기획과 재무 분야에서 실무 경험도 쌓았다.
식품업계에선 전 전무가 지난해 삼양식품 해외사업부의 굵직한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6월 덴마크의 ‘불닭 리콜 사태’다. 당시 덴마크 정부는 불닭이 너무 맵다는 이유로 제품 3종을 리콜 조치한 바 있는데, 전 전무는 이를 과학적 데이터로 응수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국내 공인기관의 데이터를 제출, 덴마크의 캡사이신 측정법에 오류가 있다고 적극 반박했고, 결국 한 달여만에 리콜 철회를 이끌어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확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던 시점에서 자칫 삼양식품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었던 위기를 정면승부를 통해 타파한 셈이다.
이후 전 전무는 덴마크 리콜 상황을 위트있게 마케팅으로 승화시켜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불닭 스파이시 페리 파티’ 마케팅을 통해서다. 코펜하겐 항구에서 불닭 테마로 꾸민 여객선을 띄우고 덴마크 인플루언서와 소비자 120명을 초청, 다양한 이벤트와 요리를 제공한 행사다. 이 행사는 현지 언론과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외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올해 들어선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외부 인사 영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출신 전수홍 경영관리본부장, 김선영 신성장브랜드본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 전무는 지난해부터 내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대거 물색해왔고, 삼성전자·CJ 등 대기업 분야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왔다. CJ제일제당 출신 장재호 푸드2.0 사업본부장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 전무는 이제 삼양식품 내부에도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경영관리 쪽에 특화된 임원들을 찾아왔다”며 “컨설팅 업체 P&G나 CJ 등 출신 인사들을 다각도로 물색해왔고, 전 전무 중심의 인력 구성이 하나둘 갖춰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물론 전 전무에게도 과제는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삼양식품에 항상 따라다니는 ‘포스트 불닭’ 구현과 신성장동력의 확보다.
실제 올 상반기 기준 전체 삼양식품 매출에서 불닭볶음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6.7%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에서 불닭볶음면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85.6%나 된다. 또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전 전무가 공동대표를 맡았던 계열사 삼양애니도 경영성과가 좋지 않다. 그는 2022년 삼양식품 캐릭터 등 비식품 지식재산권(IP) 사업을 영위하는 삼양애니 대표를 맡았지만 회사가 2022년 7억원, 2023년 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자 결국 2년만에 물러난 바 있다. 불닭의 글로벌 신화에는 어머니 김 부회장의 역할도 컸던만큼, 전 전무만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이번 전 전무의 초고속 승진으로 경영 승계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 전무는 삼양식품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2만6862주(24.2%)를 갖고 있어 김 부회장(32.0%) 다음으로 많다.
삼양라운드스퀘어 관계자는 삼양애니 실적과 관련, “삼양애니는 콘텐츠와 캐릭터 사업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삼양식품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활용되고 있다”며 “2024년 현재 122억원으로 점차 규모의 경제를 이루며 성장하는 추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