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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009540)을 조선·해양 사업부만 남기고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기계(현대건설기계), 로봇(현대로보틱스) 사업부를 지난 1일부로 분사해 독자 출범시켰다. 기존에 분리한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등을 포함하면 총 6개사로 분할한 셈이다.
회사 측은 “그 동안 조선업체라는 정체성에 묶여 다른 사업부의 경쟁력이 성장하지 못했다”며 독립 경영으로 각 사업별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5조 투자, 직급체계 축소, R&D 인력 2.5배 확대
이날 그룹이 내놓은 청사진은 3조5000억원 투자를 골자로 한 ‘기술, 품질 중심의 경영 전략’이다. 우선 조선·해양을 전담할 현대중공업이 5년간 2조500억원을 투자해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십 개발 △해양플랜트 설계 능력 강화 △디지털화 된 스마트 야드 구축 등을 추진한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과 현대건설기계는 각각 6800억원과 66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연간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사업 경쟁력을 한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로봇 사업을 맡은 현대로보틱스는 고급 TV와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용 로봇 사업 확대와 서비스 사업 확장, 클린룸 신축에 1100억원을 투입한다.
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매출액 대비 기술개발 투자를 글로벌 선진기업 수준인 6~7% 까지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4개사는 각 법인별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부사장급으로 임명해 신제품 개발 추진에서부터 기술전략 수립, 연구인력 선발, 육성까지 종합 관리를 맡긴다. 이를 통해 품질도 강화, ‘클레임 제로(Claim 0)’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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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부회장은 “오늘이 현대중공업의 제2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기술과 품질을 모든 경영의 핵심가치로 삼아 각 분야 글로벌 5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정기선 전무 승계 신호탄?
지주사 역할을 맡은 현대로보틱스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정유회사인 현대오일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042660)을 대신해 코스피200 지수 종목에도 편입되면서 출범부터 조명받고 있다. 다음달 상장을 앞두고 눈길은 오너 3세 정기선 전무에 쏠리고 있다.
정 전무는 기존 현대중공업 주식을 617주만 보유하고 있어 지분을 통한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이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현대중공업 존속법인과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에 가진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주사 지분과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 이사장의 지배력이 높아지면 아들 정기선 전무로의 승계 과정도 수월해진다. 정 전무는 1982년생으로 아직 30대 중반인 나이를 고려할 때 지금부터 준비하면 40대에 승계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해외 수주영업부서에서 정 전무가 오랜 기간 ‘가신’으로 일해 온 가삼현 사장과 함께 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에 따라 점차 정 전무의 영향력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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