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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와 IBM은 4일 인천 송도 국제캠퍼스 양자컴퓨팅센터에서 차세대 양자컴퓨팅 플랫폼 가동식을 열고, 기존 IBM 퀀텀 시스템 원에 최신 ‘나이트호크 R2(Nighthawk R2)’ 프로세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IBM 퀀텀 네트워크 참여 기관이 자체 시설에 나이트호크를 구축한 것은 세계 최초다.
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연세암병원 교수)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약 개발 산업의 병목은 계산의 병목”이라며 “정확하고 빠른 계산을 할 수 있다면 신약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후보 탐색·최적화 기간 단축…난치병 연구 기대
정 단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신약 개발이다. 그는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통상 15년이라는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이유로 복잡한 계산 과정을 지목했다. 특히 임상시험 이전의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최적화 과정에 양자컴퓨팅을 활용하면 개발 기간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약 개발은 먼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찾아낸 뒤 해당 단백질에 결합해 기능을 조절할 화합물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이후 후보물질이 체내에서 제대로 흡수되고 약효를 발휘한 뒤 안전하게 배출되는지까지 검토해야 한다. 무수히 많은 분자 조합 가운데 최적의 물질을 찾아야 하는 만큼 계산량이 방대하다.
연세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자 알고리즘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병렬 계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정 단장에 따르면 신약 개발 표적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1~2년에서 5개월로, 화합물의 약물 적합성을 높이는 선도물질 최적화 기간은 4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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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약 개발에서는 반드시 완벽하게 정확한 계산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계산 성능이 조금만 개선돼도 좋은 약이 환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약값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약이 없었다면 사망했을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다. 이것이 양자컴퓨터가 바이오·신약 분야에서 갖는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연세대가 추진 중인 난치병 연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연구 대상은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 이상과 관련된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이다. 신생아와 영유아에게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연세대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원리를 양자컴퓨터로 정밀하게 분석해 질환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를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슈퍼컴퓨터 ‘후가쿠’와 연세대 양자컴퓨터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컴퓨팅 플랫폼도 구축했다. 두 시스템은 약 800㎞ 떨어져 있지만 통신 지연 시간을 약 20밀리초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초당 10만 회로 실행…실제 연구서 최대 19배 빨라져
이번 연구 확대의 핵심은 IBM이 개발한 최신 양자 프로세서 나이트호크 R2의 성능이다. 2024년 도입된 기존 이글(Eagle) 프로세서가 127큐비트를 기반으로 했다면 나이트호크 R2는 120개의 프로그래머블 큐비트와 보조 기능을 포함해 총 458개의 물리적 큐비트로 구성된다.
단순히 큐비트 수를 늘린 것이 아니라 큐비트 간 연결 구조와 연산 속도를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이글 프로세서의 벌집형 연결 구조를 정사각형 격자(Square Lattice) 형태로 바꿔 각 큐비트가 최대 4개의 인접 큐비트와 연결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복잡한 연산에 필요한 추가 작업을 줄이고 오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제리 차우 IBM 펠로우 겸 양자중심슈퍼컴퓨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나이트호크 R2는 IBM이 지금까지 개발한 가장 강력하고 빠른 양자 프로세서”라며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속도”라고 소개했다.
나이트호크 R2는 초당 10만 개 이상의 양자회로를 실행할 수 있다. 빠른 큐비트 초기화 기술을 적용한 결과로, 이전 세대 프로세서 대비 회로 처리 속도가 25배 향상됐다. 그러면서도 2큐비트 게이트 오류율의 중앙값은 약 0.2% 수준으로 유지했다.
차우 CTO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속도 향상이 연산 품질을 희생하지 않고 이뤄졌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에서도 성능 향상이 확인되고 있다. IBM에 따르면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나이트호크 R2를 활용한 중성자 산란 관련 실험에서 기존 헤론 프로세서 대비 12배 빠른 실행 속도를 달성했다. 다른 고객사와 연구 파트너들이 수행한 다양한 작업에서도 3~19배의 속도 개선이 나타났다.
또 나이트호크 R2는 7500개 이상의 게이트로 구성된 양자회로에서 정확한 관측 가능량 추정을 구현해 IBM의 2026년 기술 로드맵 목표를 달성했다. 양자 우위 후보 회로를 대상으로 한 초기 시험에서도 정확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최대 10배 빠른 실행 속도를 기록했다.
IBM은 앞으로 프로그래머블 큐비트를 5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를 연결해 1000큐비트 이상의 대규모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9년에는 오류를 정정하면서 복잡한 연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오류 내성(Fault-Tolerant) 양자컴퓨팅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우 CTO는 “이제 양자컴퓨팅이 실제로 작동하는 기술이며 현실의 문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계에 도달했다”며 “양자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가장 어려운 문제들의 해결을 앞당기고 화학, 재료과학, 생물학 전반의 발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