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효하는 호랑이의 꼬리 일출 명소
아홉 마리의 승천했다는 용의 전설이 깃든 항구
포항스파펜션에서의 특별한 경험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푹푹 찌는 여름도 어느덧 입추가 지나고 있다. 더위가 멈춘다는 처서가 오면 더위의 절정이 한 풀 꺾여 낮에는 여전히 뜨겁지만 아침저녁은 이제 선선할 일만 남았다. 기운이 빠지는 지친 여름의 끝, 시뻘겋게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받으러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시간이 지나도 여행 명소로 불리는 곳은 여전히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일출 명소인 경상북도 포항의 호미곶도 그러하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는 ‘산수비경’에서 한반도를 백두산 호랑이에 비유해 앞발은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코, 호미곶은 꼬리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는 또 어떻던가. 이곳이 국토 최동단임을 확인하기 위해 영일만과 호미곶을 일곱 번이나 답사하며 이곳을 장기곶 혹은 동외곶이라고 명칭한 것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래서일까. 호미곶 주변에는 늘 여행자들이 많다. 기다란 셀카봉을 들어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기본이고, ‘상생의 손’ 조형물 앞에서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줄은 길어진다. 단순한 바닷가 해안 절벽이던 곳은 이제 우리나라의 일출 명소 제1의 관광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불을 밝힌 호미곶 등대는 경상북도 기념물 제39호로 야간의 빛 가시거리가 30km에 달하여 우리나라에서 최대이기도 하지만 동양에서도 2번째의 규모를 자랑한다. 호미곶 해맞이공원에는 해맞이광장, 새천년기념관, 국립등대박물관 등이 있어 이곳의 위상을 알려준다.
호미곶에서 929번 지방도로를 따라 호랑이 꼬리의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면 구룡포에 닿게 되는데 한, 일 관계가 좋지 않은 요즈음의 구룡포는 아픈 손가락과 같은 곳이다. 바로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 앞바다는 예부터 바다가 좋아 어족이 풍부해 수산자원이 넘쳐났던 곳이다.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어업, 선박업, 통조림 가공 공장 등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하며 조선에서 번 돈을 일본에 반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포구에 방파제를 쌓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게 이 때부터였다.
이곳에 조성된 ‘일본인 가옥거리’는 해방 후 일본인들이 남겨 놓고 간 잔해를 재보수하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교훈의 장소이다. 구룡포 근대역사관에는 당시의 생활 모습뿐만 아니라 포항의 항일투쟁 모습도 전시돼 있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진흥왕 때 장기현령이 보기를 늦봄에 용 10마리가 승천하다가 한 마리가 떨어져 죽자 바닷물이 붉게 물들며 폭풍우가 그쳤기에 9마리의 용이 승천한 곳이라는 뜻으로 구룡포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구룡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에는 이곳 전설의 상징인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형상화 시켜 놓았다.
929 지방도로는 구룡포항을 지나면 해안 경관이 좋기로 유명한 31번 국도와 접한다. 이쯤 되면 동해안의 절경을 볼 수 있는 해안 도로를 좀 더 드라이브 하고 싶은 마음에 31번 국도를 따라 길을 음미하듯 이곳 바다를 즐긴다. 일명 장길리 해안도로 드라이브다. 내내 바다를 끼고 가는 도로는 해안 풍경이 다 같은 해안 풍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해안 드라이브를 하다 만나는 포항 스파펜션 ‘코지스위트펜션’은 최고 힐링 스팟이다.
에메랄드 물빛의 영암해변에 자리한 포항 펜션으로 레몬그라스, 로즈마리, 바질 등 손을 살짝 스치기만 해도 향기가 묻어나는 허브를 룸 이름으로 정했을 만큼 이곳에서의 쉼은 상큼 달달하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는 대형 야외수영장, 바다 조망이 가능한 오션뷰 객실, 실내에서 즐기는 월풀 개별스파는 여행의 피로를 날리기에 제격이다. 오픈된 개별테라스에서는 바비큐가 가능하며 카페를 연상케 하는 공용휴게실에서는 커피 한 잔의 힐링 타임이 가능하다. 펜션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미니매점에서는 여행 시 필요한 물품 구매가 가능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