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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는 2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데이트(교제)폭력 입법, 쟁점과 대안’을 주제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교제폭력 관련 논의는 19대 국회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법제화로 이어지지 못했고, 22대 국회에서도 법안 대부분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며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 만큼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은 정부 차원에서 집계하는 공식 통계가 없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언론에 보도된 사례만 놓고 봐도 매년 300여명 규모의 여성과 주변인이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협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여성가족부(성평등가족부 전신)가 발표한 2024년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 경찰 신고율은 0.8%에 불과하다.신고 이후에는 단순 갈등으로 여겨져 종결되거나 가해자 분리 및 접근금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현행 법체계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특성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22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 중에서는 ‘가정폭력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섭하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나, 일부 조항 개정으로는 한계가 있어 법명 자체를 ‘친밀한관계 내 폭력범조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법’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모델은 △‘친밀한 관계’의 새로운 정의 도입 △형사처벌 체계 일원화 △경찰 초기 대응 강화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 실효성 확보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특히 현행 100m 접근금지 조치가 현실적으로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준을 2㎞로 강화하고, 의무체포제를 명문화하되 주 가해자 식별 기준을 도입해 오판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피해자 사망 사건 검토제도 도입과 배상명령 범위 확대, 진술조력 강화 등 제도 정비 방향도 언급됐다.
최 사무처장은 “가정폭력처벌법을 손보지 않은 채 교제폭력만 별도 입법하거나 스토킹 처벌법에 포함시키는 방식은 기존의 입법 사각지대를 그대로 두는 것”이라며 “전면 개정을 통해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을 규율해야지만 최소한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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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사건 중심의 단편적 대응이 아니라 친밀한 관계 폭력 전반의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많은 법안들이 발의되기 보다는 포괄적으로 어떤 방향의 입법 설계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법안이 필요하다”며 친족과 성적 피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은 형사 절차가 종료되면 보호조치도 함께 끝나는 구조이고, 가정폭력처벌법도 형사 사건으로 송치되는 순간 임시조치가 모두 사라지는 공백이 생긴다”며 “친밀관계 폭력은 사적 관계의 특성과 지속되는 위험성을 고려한 별도 체계로 설계돼야 하며 법원이 피해자·가해자의 상황을 반영해 접근금지 외 다양한 보호조치를 재량 있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제폭력을 직접 규율하는 법이 없는 현실에서 치안 현장의 어려움도 제기됐다. 어개명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과장은 “현장 경찰관들은 ‘어차피 법도 없는데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는 피해자들의 항의를 듣는다”며 “단순 말다툼이나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되는 사건에서도 상습성·재물손괴 등을 근거로 처벌 가능성을 최대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체포·보호조치 확대에 대해서는 남용 방지 요건과 실무적 부담까지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주여성 피해에 대한 제도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결혼이주여성은 남편의 체류자격에 종속된 비자 구조 때문에 쉼터에 있어도 처벌 불원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반복된다”며 “체류자격 독립과 통번역 공적 지원, 출입국 통보의무 면제 확대 등이 함께 설계돼야 이 법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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