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훈련기 충돌사고 '인재'로 결론…경로변경 통보 안해

1일 오후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훈련기 KT-1 두 대가 비행훈련 중 공중 충돌해 추락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2022.4.1 (연합뉴스TV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1일 경남 사천에서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비행훈련 중 충돌해 4명이 순직한 사고의 원인이 ‘인재’로 결론났다. 먼저 비행하던 훈련기 조종사가 경로변경 통보를 하지 않으면서 뒤에 있던 비행기가 부닥친 것이다.

27일 공군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고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는 10초 간격으로 훈련기 2대가 먼저 이륙했고, 이어 35초 뒤 다른 훈련기 1대가 뒤따라 이륙했다.

먼저 이륙한 편대비행조 1번기는 비행교수가 조종을 하고 있었고, 2번기는 훈련조종사가 1번기를 맨눈으로 보면서 뒤따라 시계비행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이륙한 3번기는 계기비행(계기판에 의존한 비행)을 훈련하고 있었다.

먼저 이륙한 편대 비행조는 당초 활주로 좌측 방향으로 상승해 기지 북쪽 임무 공역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편대 1번기는 경로상에 있던 구름을 피하기 위해 남동쪽으로 비행했고 2번기는 이유를 통보받지 못한 채 편대 대형을 유지하며 계속 비행했다.

이후 계기비행에 나선 3번기는 정해진 비행계획에 따라 기지 우측 상공으로 선회해 남쪽 임무 공역으로 비행 중이었다. 3번기 역시 1·2번기의 항로 변경 사실을 알지 못했다.

결국 1·2·3번기가 근접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1번기는 3번기가 부딪히기 직전 급강하하면서 충돌을 피했지만 1번기를 따라 뒤에서 비행하던 2번기는 미처 앞쪽에 나타난 3번기를 피하지 못했다.

이 사고로 2·3번기에 타고 있던 학생 조종사 정종혁·차재형 대위와 이장희·전용안 비행교수 등 4명이 순직했다.

관제탑의 과실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관제사는 훈련기들의 경로 이상을 탐지해 이를 바로잡아야 했지만, 사고 당시 다른 비행기들이 많아 해당 훈련기의 이상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항공기의 기체 결함이나 사출기 작동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은 경로를 변경하면서 이를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1번기 조종사와 관제사, 지휘책임자 등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공군은 사고 이후 모든 관제사와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공중충돌 방지 대책 등 유사 사고 방지교육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용기들의 이착륙 절차를 개선해 위험한 수준으로 근접비행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내달 2일부터 사고 기종인 KT-1의 비행을 재개하기로 했다.

공군은 “순직한 비행교수, 학생조종사의 명복을 빌고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국민에도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경남 사천시 정동면 하늘에서 비행훈련 도중 사고로 순직한 비행 교수 2명과 학생조종사 2명의 영결식이 4일 소속 부대인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거행됐다. 영결식 후 부대를 떠난 순직 조종사들은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안장식을 거행한다. 공군은 영결식과 안장식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유족 측의 뜻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했다. 사진은 순직 조종사들. 왼쪽부터 전용안 교수, 이장희 교수, 정종혁 대위, 차재영 대위. (공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