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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이날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를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다.
행정명령에는 15년 뒤부터는 신규 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대해 전기 또는 수소를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픽업 트럭만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주 규제 당국이 마련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2045년까지 캘리포니아주 내 도로를 달리는 모든 중·대형 트럭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토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자동차 제도업체가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제로(0) 차량 판매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압박하겠다는 의도다.
뉴섬 주지사는 “기후변화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라며 “많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매년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주된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꼽히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또 “이날부터 2035년까지 주의 모든 차량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번 명령은 신차 판매에 한해서만 적용되며, 캘리포니아 주민이 기존 차량을 소유·판매하는 중고차 거래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미국 전체 자동차 중 11%가 캘리포니아주에 등록돼 있다. WSJ은 캘리포니아주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 내 가장 큰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를 확대하려는 야심찬 시도”라고 평했다. 다만 현재 전기차 시장 규모나 개발 속도, 인프라 구축 현황 등을 감안하면 2035년은 매우 이른 목표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기준 캘리포니아주에 등록된 경차 중 전기차 비중은 6.2%에 그쳤다. 미국 전체로 놓고 보면 1.6%에 불과하다.
뉴섬 주지사의 이번 결정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친(親)화석연료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실제 백악관은 이날 “좌파가 얼마나 극단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파리 기후변화 대응 협약에서도 탈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주 자체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놓고 법정 다툼도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1970년 통과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 따라 다른 주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제정했고, 연방 정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의 이같은 권한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을 중심으로 15개 국가가 향후 수십 년 내에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없앤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지만,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뉴섬 주지사의 이번 결정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미국 내 진보 성향 주지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실제 민주당 소속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이곳에서 전기차 확대를 가속화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적었다.
지난 2017년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모든 승용차의 배기가스 배출을 막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프랑스는 2040년 이후 휘발유·경유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으며, 영국은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2040년부터 금지하겠다고 밝혔다가 2035년으로 5년 앞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