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을 두고 ‘짧고 굵게’ 끝내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고강도 조치가 또 다시 연장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주일째 일일 확진자수가 고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엄중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방역 고삐를 더 조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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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78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4일 1614명을 기록한 지 일주일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셈이다.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언했던 ‘짧고 굵은’ 거리두기 조치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거리나 식당·카페 등에 이용객이 줄었지만, 거리두기 4단계를 아랑곳하지 않는 방역 수칙의 위반 사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민주노총이 강행한 약 8000명이 모인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방역당국이 참가자 전원에게 선제 검사를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고 첫 주말을 맞은 지난 18일에도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대면 예배를 강행하기도 했다. 휴가철 관광지의 ‘풍선효과’도 문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강원도 양양의 일부 라운지바 등에서 노마스크 풀 파티가 열린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뒤늦은 방역 조치도 도마에 올랐다. 지자체별로 거리두기를 다르게 지정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수도권에서 틀어막지 못하고 전국으로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7일 전체 확진자수 중 비수도권의 확진자 비중은 15.2%에 불과했으나 계단식으로 늘더니 이날 32.9%로 집계됐다.
당국은 부랴부랴 8월 1일까지 비수도권 전체에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했다. 그러나 나머지 조치에 대해선 여전히 지자체 자율에 맡기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9일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에서 전국 단계를 격상하면 모든 지역 영업시설이 일괄적으로 문을 닫게 된다”며 “효율적이지 않고, 지자체에서도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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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뒤늦은 조치와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의 일탈이 이어지면서 거리두기가 연장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비수도권과 수도권 동시에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했다”며 “상당히 늦었고, 이대로면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 교수는 “다른 나라의 확산 추이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도 계단식이 아닌 수직으로 확진자수가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황이 더 엄중한 상황이라 방역을 더 조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미 4차 대유행 전 단계로 돌아가기엔 상당히 늦었다”며 “지금 목표는 확산세를 차단해서 더 환자가 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단시간에 해결 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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