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축출 나선 장남…아워홈 '남매의 난' 점입가경

정병묵 기자I 2022.04.26 16:35:57

구본성 등 최대주주, 회사에 임시주주총회 소집 청구
"중립적 경영진 필요" 구지은 現 대표 제거 나서
구지은 "명분 없는 복귀 시도…총력 대응할 것"
범LG가 "경영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되지 않나"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범 LG가(家) 식자재 유통업체 아워홈 ‘남매의 난’이 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오너 집안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명예회장)이 지분을 팔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갑자기 막냇동생 구지은 대표이사(부회장) 제거에 나선 것이다. 구 대표는 “명분 없는 경영 복귀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총력 대응을 시사했다. 큰 잡음 없이 경영권 승계가 잘 이뤄져 온 범 LG가에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져 생경하면서도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구본성 아워홈 명예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사진=아워홈)
구본성 명예회장과 첫째동생 구미현씨는 지난 21일 아워홈에 이사 및 감사의 해임과 선임을 안건으로 하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를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서도 제출했다. 둘의 회사 지분은 58.62%로 과반이 넘으며 지난 13일 이를 최근 자문사 라데팡스파트너스를 통해 매각하겠다고 했다.

구 명예회장 측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신속한 지분 매각을 위해 매수자에 협조적인 중립적 이사진의 구성이 필수”라며 “회사의 미래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사회를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 이사진 48명의 명단에는 구본성·미현 주주 둘도 이름을 올렸다. “원활한 지분 매각을 위해 매각 완료 시까지 이사진으로 남을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구지은 대표이사는 의도적인 경영권 흔들기라며 바로 반격에 나섰다. 아워홈은 26일 “구 명예회장이 올해 2월 7일 ‘가족 화목이 먼저’라며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이후 어떤 접촉도 없다가 4월 8일 일방적으로 실사를 요청했다”면서 “아워홈은 구 명예회장 측에 주주 위임장, 매각전속계약서 등 기초자료를 지속 요청했으나 전혀 답이 없었고 관련 없는 내용의 공문만 발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워홈은 또 “지난해 회사가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지만 구 명예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1000억원 지급을 요구하며 사익 추구를 우선했다”며 “구 명예회장은 2021년 개최된 이사회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제 1만 직원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엄중 대응을 시사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 초대 회장의 셋째 아들 구자학 회장이 만든 회사다. 장남인 구 명예회장이 38.56%, 장녀 구미현씨가 19.28%, 차녀 구명진씨가 19.6%, 삼녀 구지은 대표가 20.6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아워홈 남매의 난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입사 후 사남매 중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명예회장이 2016년 경영에 참여하면서 첫번째 분쟁이 발생했다. 2017년 장녀 구미현씨가 오빠의 손을 들어주면서 구지은 대표는 돈까스 전문점 ‘사보텐’ 등을 운영하는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2019년에는 구 명예회장의 아들 구재모씨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 건으로 다퉜다. 2차 남매의 난이다. 당시 아워홈은 캘리스코 식자재 납품을 중단하며 구지은 대표를 압박했고, 캘리스코는 거래처를 경쟁사 신세계푸드로 변경하기도 했다.

2020년 구 명예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고 구 대표가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2021년 구 명예회장이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자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도합 약 60%의 지분을 앞세워 구 명예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1년 만에 다시 큰 오빠가 막냇동생 축출에 나선 것이다. 3차 남매의 난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워홈이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승인할 가능성은 없으며 이후 구본성 명예회장이 주총 소집 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는 재계의 시선은 씁쓸하다. 주로 배임·횡령 및 보복운전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구본성 명예회장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회사가 적자이던 2020년 299억원을 배당받아 논란을 사기도 했다. 범 LG가 업체의 한 관계자는 “범 LG가 전체에서 이런 경우는 아워홈밖에 못 봤다”며 “오너가 남매들이 꾸준히 물의를 일으켜 온 모(某) 대기업보다 더 심하다”고 비판했다.

범 LG가의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남의 회사인데 훈수 둘 일은 아닌데, 아무리 장자 승계가 원칙이지만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구지은 대표가 흑자전환도 하고 경영을 잘 해서 성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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