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핵심 민생·규제혁신법 모두 ‘주춤’…8월 처리 물건너가나

조용석 기자I 2018.08.29 17:48:35

‘뜨거운 감자’ 인터넷은행…대기업 허용 두고 ‘평행선’
상가법은 세제혜택에 발목…서발법은 처리 불가할 듯
29일 오후 민주당 정책총회 후 상황 급변 가능성도
30일 오후 본회의…與 “당일 오전까지 합의에 총력”

윤영석 소위원장 주재로 29일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경제재정소위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김미영 기자] 국회가 핵심 민생·규제혁신법안을 두고 치열한 막판 대치를 이어가면서 약속했던 8월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해당 법안을 모두 조율한 뒤 일괄 처리키로 합의한 상황이라 더욱 상황이 녹록치 않다.

◇‘뜨거운 감자’ 인터넷은행…대기업 허용두고 ‘평행선’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패키지로 처리키로 한 민생·규제혁신법안은 인터넷전문은행규제완화법, 지역특화발전특구 규제특례법(규제프리존법), 상가임대차보호법(상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 등 4가지다. 여야는 이들 법안을 모두 협의한 뒤 오는 30일 오후 2시에 열릴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야는 본회의를 불과 하루 앞두고도 4가지 법안 모두 해당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에서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위한 법안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강하게 요청했던 법안인 만큼 여야가 쉽게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29일 현재까지도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다.

최대 쟁점은 규제완화 대상에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을 넣느냐다. 당초 은산분리에 반대 입장이었던 민주당은 비(非)금융 기업의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 보유율 완화(종전 4% 이상 불가)까지는 허용할 수 있지만, 대기업에 열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ICT(정보통신기술) 대기업만 완화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모든 대기업에게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분 보유율 한도 역시 여야가 아직 조율하지 못한 부분이다. 민주당은 앞서 원내대표의 합의한 대로 34%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국당은 50%까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선미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 ‘한국당 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야가 협의하고 조정하게 되면 우리의 안과 야당 안이 유지되지 않고 제3의 방안이 따로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규제프리존법은 명칭부터 합의되지 못한 상황이다. 여당은 김경수(현 경남도지사) 의원안인 ‘지역혁신특구’를, 한국당은 추경호 의원안에서 사용된 ‘규제프리존특구’ 명칭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대상지역은 여야가 아닌 의원들에 따라 다르다. 김경수·추경호 의원안은 수도권을 규제프리존에 포함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성호·홍일표 의원은 수도권 중 일부지역은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정책결정기구에 대한 여야의 의견차도 아직 조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민생경제법안의 진행상황을 보고하기전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상가법은 세제혜택에 발목…서발법은 처리 불가할 듯

최대 민생법안으로 불리는 상가법의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기간을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연장하자는 데는 여야가 사실상 공감대를 이뤘지만 건물주를 위한 세제혜택을 두고 발목이 잡혔다.

한국당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세제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개정해야하기 때문에, 이달 내 처리가 아닌 9월로 넘겨 상가법과 조특법을 동시에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이후 조특법 개정을 확실히 약속해줄 테니 이달 내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늘리는 상가법 개정안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송기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기간을 10년으로 늘리 것과 관련 “대략은 협의가 됐는데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며 “(한국당이)11월에 조특법을 개정한다면 우선 청구권 기간을 8년으로 하자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리금 회수 보호기간 연장(3개월→6개월) 및 재래시장을 권리금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상가법 개정안은 여야가 특별히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기간 연장과 함께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혁신법안으로 꼽힌 서발법의 8월 임시회 내 처리도 물 건너갔다. 2011년 처음 국회에 제출된 후 7년이 지나도록 결론 못 푼 숙제로, 또다시 계류 상태로 정기국회를 맞게 됐다. 기획재정위 경제재정소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보건·의료’ 제외 여부를 둘러싼 여야 이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평행선만 달리다 회의를 마쳤다. 민주당에선 의료영리화 우려 불식을 위해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의료에 관광업을 융복합하면 의료산업이 발전할 것처럼 주장하지만 곧바로 영리화를 초래해 국민부담이 늘게 된다”고 했다. 반면 최교일 한국당 의원은 “중요한 일자리 분야가 될 수 있는데 우리가 (영리화) 겁을 내서 의료·보건 분야를 뺀다면 법의 의미가 많이 반감된다”고 맞받았다.

여야는 전날부터 각 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상임위 간사가 계속 의견을 교환하며 막판 합의 도출에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당초 일괄 처리키로 한 법안 중 일부만 처리하고 9월 정기국회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날 오후 진행 중인 민주당 정책의총 이후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다. 진선미 민주당 수석부대표는 “30일 오후에 본회의가 있기 때문에 30일 오전까지만 협의를 해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31일로 본회의 연기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