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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해고 허용은 하되, 까다롭게..임피제는 도입 문턱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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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I 2015.12.30 18:39:53

직무 변경·교육훈련 등 패자부활전 기회 제공해야
"정년연장 위한 임피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아냐"
2대 지침 내년부터 고용노동지청 등에서 참고자료 사용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회사 교육에 자주 빠진 A씨는 회사로부터 무단 불참을 이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후 역량향상프로그램 재교육 대상으로 분류되고 근무장소도 변경됐다. 그러나 A씨는 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A씨는 회사가 요구한 주간업무수행보고서, 월별업무개선계획서 등 30건 중 6건의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1년 8월 25일 근무성적이 부진한 A씨에 대한 회사 측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법원의 통상해고 판례를 기초로 한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 인력운영 가이드북’ 초안을 공개했다.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있을 때만 해고를 허용하던 것을 실적부진 등 저성과자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앞으로 노사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고심끝에 내놓은 방안인 만큼 큰 줄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통상해고 가이드라인..패자부활전 기회 제공해야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근거로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만을 규정하고 있다.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횡령 등 개인적인 비리나 심각한 법규 위반을 저질렀을 때 해고할 수 있다.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했을 때 대규모 해고가 가능하다.

이번 통상해고 방안은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하는 것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일부 노동법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9.15대타협’ 당시 노·사·정은 관련법 개정 전까지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현장에 적용키로 했다. 이번 정부안은 노·사·정 합의를 위한 초안이라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업무능력 부족이 해고 사유에 해당함을 명확히 규정하고 △객관적·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졌는 지 △교육훈련, 배치전환 등 개선의 기회 부여했는 지 △업무능력의 개선 가능성이 있는지, 업무 능력 부족으로 업무상 상당한 지장의 초래 정도 등에 따라 일반해고를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업무수행 능력 부족을 이유로 두 차례 대기발령을 받은 근로자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등의 행위로 동료 직원들이 같이 일하기를 꺼리는 경우 해고사유가 된다. 하지만 특정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징계 또는 해고, 객관적이지 않은 경우 해고 등은 무효다.

기업은 △평가제도 설계 △평가방법의 타당성 △평가의 실행의 신뢰성 등의 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평가제도 설계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업무능력과 근무실적을 대상하고 평가항목을 세분해 구체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 노동조합 등이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저성과자 평가 대상에서 △노조 전임 등 파견 복귀 후 1년 이내인 경우 △전직 명령 후 1년 이내인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직 후 복귀 1년 이내인 경우 △출산 또는 육아 휴직 후 복귀 1년 이내인 경우 등을 제외하도록 했다. 이는 노동계가 우려해온 노조 전임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다.

아울러 정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때 현재 근로기준법에 제시된 △해고에 대한 정당한 이유 △해고하려는 날의 30일 전에 예고(또는 30일분 해고예고 수당) △해고의 사유와 시기 서면 통지 등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지침 형태 근로감독 근거 활용

이날 정부 초안에는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와 관련된 지침도 포함됐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내규칙을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피크제처럼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관련 판례를 인용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사용자 임의 취업규칙 변경도 효력이 있다고 봤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여부 △노동조합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줄어든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되기 때문에 노사합의가 필요하지만, 사측의 노력에도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안에 따라 불이익하지 않다고 볼 수 있도록 지침 초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침은 완성 형태는 아니지만, 내년부터 지방 고용노동지청 등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초안이지만 법원 판례를 기초로 한 만큼 근로감독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가 공개한 양대 지침에 대해 사회적으로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근로자의 고용 유지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상호 경상대 법학과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고용)노동부가 가이드북을 만들려면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가이드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럴 때 근로자는 어떤 걸 주의해야 하는 지 등을 알려줘야 오해받지 않고 환영받는 가이드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잘못된 채용을 한 사용자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며 “근로자의 책임뿐 아니라 사용자의 책임을 묻는 부분도 지침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이번 내용은 철저하게 법률에 근거를 두며 그간에 축적된 판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며 “앞으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제시함으로써 노사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균형된 내용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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