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물·반사·움직임으로 탐구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자연의 현상 담은 공간 설치 선보여 깨어 있음과 꿈, 새벽과 황혼 사이의 감각…10월 3일까지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네덜란드 기반 디자인 듀오 스튜디오 노케(Studio Noke)의 개인전 ‘낭만의 세계: Fluid Realms’가 오는 10월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워크스워크스에서 열린다. 전시는 지난 9월 2일 개막했다.
서문섭 작가(오른쪽)과 카타리나 숙 윌팅. (사진=워크스워크스)
이번 전시는 낮과 밤, 깨어 있음과 꿈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주목한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환기한다. 관객은 빛과 물이 만들어내는 변화, 느리게 이어지는 파동을 따라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주변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스튜디오 노케는 서문섭과 카타리나 숙 윌팅(Katharina Sook Wilting)이 2022년 네덜란드에서 함께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빛과 물, 반사와 움직임 같은 물리적 현상을 활용해 자연의 순간적인 장면을 공간 속 시적인 풍경으로 풀어낸다. 두 사람의 작업은 자연의 외형을 재현하기보다 그 본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는 데서 출발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는 빛이 물과 만나 만들어내는 무늬와 결의 끊임없는 변화를 드러낸다. 물의 움직임에 따라 빛이 달라지고,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시선을 이끈다. 본래 물의 성소(聖所)로 제작된 이 작품은 물을 고유한 존재감과 깊은 은유를 지닌 대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는 파도의 물리적 특성과 파동을 시각화하는 ‘샤이브 웨이브 머신’에서 영감을 얻은 키네틱 조각이다. 공간 안에서 느리지만 꾸준한 파동을 만들어내며, 조각의 표면에 반사되는 빛은 작품의 움직임과 관객의 시점에 따라 주변 풍경을 바꾼다. 고정된 형태에 머무르지 않는 조각 앞에서 관객은 구름이나 물결을 지켜보듯 일렁이는 움직임에 시선을 맡기게 된다.
는 물가에 서 있을 때 마음에 평온이 깃드는 경험에서 출발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과 그 여운은 관객을 일상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물방울의 반복은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게 하고, 이를 바라보는 동안 마음도 함께 유영하도록 이끈다.
세 작품을 관통하는 ‘낭만’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뜻한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 평범한 것에도 특별함이 깃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용하는 시선이다. 끊임없이 반사되는 빛과 흔들리는 형태, 관객의 움직임이 겹치면서 작품과 주변 공간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진다.
스튜디오 노케는 전시 서문에서 “이번 전시에서 ‘낭만’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감성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의미한다”며 “열린 마음과 호기심, 그리고 평범한 것에도 특별함이 깃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용하는 시선”이라고 설명했다.
서문섭 작가는 2021년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뒤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여러 디자인 뮤지엄 및 갤러리와 협업해왔다. 카타리나 숙 윌팅은 공간과 무대, 설치를 주요 매체로 작업하는 다학제적 디자이너로, 한국과 독일의 문화적 배경 및 동서양 철학, 에코페미니즘적 주제에서 영감을 얻는다. 두 사람은 스튜디오 노케로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더치 디자인 위크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정형섭 워크스워크스 대표는 “이번 전시는 빛과 물의 작은 변화에 시선을 머물며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감각하는 자리”라며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작품을 바라보는 동안 저마다의 낭만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크스워크스는 작업이 작품으로 확장되고, 작품이 다시 새로운 작업과 감각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주목하는 전시 공간이다. 동시대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기반으로 다양한 협업과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 강남구 학동로56길 43 지하 1층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