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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아자동차(000270) 판매왕으로 선정된 정송주 서울 망우지점 영업부장은 영업비결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정 부장은 지난해에만 566대를 판매하며 기아차 판매왕의 영예를 누렸다. 그는 2006년 이후 15년 연속 기아차 판매왕의 선정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자동차 영업사원으로는 전설적인 인물로 꼽히는 쉐보레의 ‘조지 라드’가 보유한 13년 연속 판매왕 기록도 넘어섰다. 비공식적인 세계 기록 보유자다.
지난해 현대자동차(005380) 판매왕으로 선정된 장석길 충남 당진지점 영업부장도 한 해 동안 369대를 팔았다. 장 부장은 지난해 처음 판매왕으로 등극했지만, 이전에도 현대차 판매 ‘TOP 10’에 심심치 않게 이름을 올리며 영업실력을 인정받았다.
◇‘어쩌다 영업사원’ 된 판매왕들…“끈기가 제1원칙”
지난해 기준 현대·기아차 평균 판매가격이 2400만원인 걸 비춰보면 현대·기아차 두 판매왕이 올린 지난해 매출만 무려 2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 모두 연봉을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웬만한 고위급 임원보다 높다는 것이 그들의 귀띔이다.
그러나 두 판매왕 모두 한목소리로 ‘타고난 영업사원이 절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아차 판매왕 정 부장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태권도 사범을 했다. 이후 도장을 차리고 싶다는 마음에 1994년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로 입사, 외환위기 이후 영업직으로 전환한 ‘어쩌다 영업사원’이다. 현대차 판매왕 장 부장 역시 대전에서 10년간 유아복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다, 귀향 후 뒤늦게 영업사원이 된 ‘늦깎이’다.
두 판매왕의 공통점은 끈기다. 정 부장은 영업 초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정집과 상가를 방문하며, 지역 주민들과 인사하며 얼굴을 익혔다. 1~2년 동안 3000명의 고객 명단이 쌓였고, 관계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본인들이 차를 사지 않아도 주변 지인들을 소개해줘 판매량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한 번은 고객이 지인을 데리고 와 지인더러 되려 계약을 하라고 종용해 편하게 ‘쎄라토’를 판매했던 사연도 있었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 부장은 영업사원이 된 이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아침에 출근해 차량 재고를 자체 액셀파일로 정리해 확인한다. 고객이 원하는 차량의 재고가 없다면, 바로 다른 것을 권유하기 위해서다. 그 역시도 입사 초기 몇 년간은 꾸준히 퇴근 뒤 집으로 가지 않고, 저녁 인사를 다녔다. 그때 안면을 튼 사람들은 자신의 단골이 돼 지금까지도 연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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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장의 비장의 무기는 바로 ‘연구심’이다. 그는 영업직으로 전환한 후 매년 꾸준하게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있는 ‘망우리 고개’에서 다과와 함께 음악을 틀어놓고 자체적인 신차 전시회를 연다.
계기는 본사에서 내려준 지역별 신차 판매 수치에 망우지점을 비롯한 중랑구 일대가 유독 적은 것이 눈에 띄면서다. 정 부장은 강남지역에 신차 판매가 유독 많다는 것에 주목했다. 전시장이 많은 강남과 달리 중랑구 주민이 신차 출시의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탓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장 부장은 당진지점의 ‘소크라테스’로 통한다.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젊은이들에게 질문했던 것처럼, 장 부장도 내방한 고객들과 상담을 진행할 때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차량 이야기만이 아닌 고객의 취미, 관심사, 출퇴근 거리 등 범위도 무궁무진하다. 질문법을 동원한 차량 상담은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서도 고객이 다시 찾아오게 만든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요소는 주민들의 신망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누적대수 3000대를 돌파해 ‘판매명장’에 등극하면서 본사에서 받은 포상금을 당진시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앞서 장 부장은 지난 2017년 판매차량 1대당 1만원씩을 저축해 모은 292만원을 당진시장애인복지관에 기탁하기도 했다. 장 부장은 “영업이란 게 내가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닌 고객들이 도와주기 때문”이라며 “받은 것은 돌려줘야 한다는 마음에서 선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이 장 부장에게 지갑을 선뜻 여는 이유다.
◇“경기 불황기가 곧 새차 구매 타이밍”
판매왕들은 새차를 구매하는 타이밍에 대해 공통적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경기 불황기를 꼽았다. 경기 불황기가 되면 자연스레 자동차 구매 수요가 줄어들고, 공장에서 생산된 차는 재고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불황기에는 재고 할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판매왕들의 ‘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를 ‘골든 사이클’로 규정하고 잇단 신차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시장이 위축된 상태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들은 지난해 남은 재고에 대해 할인에 들어갔고,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 70%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소세 인하에 따른 최대 143만원 할인과 더해 자동차 업계 공식적인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장 부장은 거두절미하고 “지금이 신차 구매할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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