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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탄소 중립’ 선언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저탄소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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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철 기자I 2026.08.20 12: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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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TL ‘탄소 제로 전략 발표회’…“2035년 全공급망 탄소 중립”
핵심 공정에선 이미 탄소 중립, 자동화로 효율 높이고 재활용 늘려
기후 위기에 유럽 등 탄소 규제 강화, 한국 기업들도 대응은 필수

[닝더=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푸젠성 닝더시의 작은 항구, 이곳에 정박한 중형 유람선에 올랐다. 1층 선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창문 밖 풍경이 움직여 주변을 둘러보니 배는 이미 소리 없이 출발한 뒤였다. 주유해야 하는 엔진이 아닌 대형 배터리로 모터를 구동하는 까닭에 소음은 물론 기름 냄새까지 차단한 것이었다.

해당 유람선에 배터리를 공급한 CATL(중국명 닝더스다이) 직원은 “선박 분야는 해양 오염 등 문제를 해결하자는 측면에서 배터리 진출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우리가 탄 유람선(동후즈싱)은 탑승객이 많아 경제성까지 갖춘 배”라고 설명했다.

CATL 푸젠성 닝더시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CATL)
CATL 푸젠성 닝더시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CATL)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최근 기후 위기 등에 대응한 ‘2035년 전체 공급망 탄소 중립’을 발표, 본격 추진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이 배터리 탄소 규제를 강화하는 등 탄소 배출 저감에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배터리 강국인 한국 역시 중국발 탄소 중립 경쟁에 대응이 요구된다.

쩡위친 CATL 회장 “저탄소 배터리가 미래 경쟁력”

쩡위췬 CATL 회장은 지난 17일 본사가 위치한 닝더시에서 열린 ‘탄소 제로 전략 발표회’에 직접 참석해 “기후 변화는 실제 위기다. 산업화와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2035년 전체 공급망의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협력사들에게도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녹색 기술은 이미 비용 경쟁력을 갖췄으며 저탄소 배터리가 미래 경쟁력”이라고 언급한 쩡 회장은 “저탄소 경제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자 광범위한 산업 발전 기회를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쩡위췬 CATL 회장이 지난 17일 푸젠성 닝더시에서 열린 ‘탄소 제로 전략 발표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쩡위췬 CATL 회장이 지난 17일 푸젠성 닝더시에서 열린 ‘탄소 제로 전략 발표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CATL은 2023년 탄소중립 계획을 시작한 이후 작년까지 누적 1000만t 이상의 CO₂e(이산화탄소 환산량)를 감축했다. 2035년까진 협력사를 포함해 배터리 전체 생애주기에서 탄소 중립 생태계를 구축하겠단 계획이다.

CATL은 이미 지난해부터 자체 생산 공정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본사 공장 역시 탄소 배출을 낮추기 위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스마트 제조 시스템이 적용됐다. 배터리는 원재료 가공부터 전극 제조, 셀 조립·건조, 검사, 모듈·팩 조립 등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전력과 열에너지, 원재료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추적·관리하고 있다.

공장을 안내한 회사 관계자는 “공장의 전력 소비량이 상당히 높지만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조 과정을 최적화하고 있으며 자체 원격 산업 지능 시스템도 개발·도입했다”면서 “자동화율을 95% 이상으로 높여 생산 효율을 높인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사용 후 배터리를 회수해 핵심 소재를 다시 활용한다. 회사측에 따르면 쓰촨성 이빈 공장의 경우 생산 폐기물을 100% 재활용하며 니켈·코발트·망간의 회수율은 99.6%에 달한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 소재 CATL 본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푸젠성 닝더시 소재 CATL 본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기후 변화 목표 달성, 글로벌 기업도 참여해야”

CATL이 적극적인 탄소 중립 정책에 나서게 된 이유는 시장의 요구사항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서다.

발표회에 참석한 류멍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중국 대표는 “기후 변화가 생태계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에도 영향을 미치며 기후 변화 대응 능력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면서 “각국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중 유럽연합(EU)은 내년 2월부터 배터리의 원재료부터 생산, 운송, 사용, 재활용까지 과정을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 제도를 실시한다. 이와 함께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증명하는 ‘탄소 발자국’ 규제도 강화하는 추세다.

아킨 리 CATL 해외 전기차 사업 부문 부사장은 “유럽의 배터리 규제엔 이미 탄소 발자국에 대한 요구사항이 있고 배터리 여권에 출생 증명서처럼 각 단계별 탄소 발자국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면서 “해외 사업을 위해 현지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도 도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도 탄소 중립 정책에 적극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모든 사업장의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삼성SDI도 탄소 발자국 산정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에 앞으로 글로벌 배터리 기업간 탄소 배출 저감 경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서 운항 중인 전기 유람선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푸젠성 닝더시에서 운항 중인 전기 유람선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링원 중국공정원 원사(중국 최고 과학기술자에 수여되는 종신 영예직)는 거시적 관점에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체계적 대응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링 원사는 “에너지 소비에서 비화석에너지 비중을 지속 높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탄소를 무역 장벽으로 삼지 말아야 하며 각국이 자체적인 발전 경로를 선택하도록 돕고 저탄소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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