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천주교 대표회의 개막…바티칸 수교 가능성 촉각

이정훈 기자I 2016.12.26 19:01:58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중국과 바티칸 수교 임박설이 나도는 가운데 5년마다 열리는 중국 천주교 대표회의가 26일 개막돼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주관하는 중국 천주교 대표회의가 이날 베이징에서 닷새 일정으로 열렸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의 관변 교단인 천주교 애국회와 천주교 주교단의 새 지도부가 선출된다.

특히 이번 회의를 앞두고 바티칸 측이 주교들의 회의 참석을 막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중국과 바티칸 관계가 한 발 더 진전됐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 제8차 천주교 대표회의가 열릴 당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주교들에 대한 회의 참석 강요를 비판하며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바티칸 내부 통신 ‘바티칸 인사이더’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과 달리 중국에 있는 주교들이 대회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바티칸 측은 성명에서 “사실로 판단하겠다”라며 이번 회의에 대한 평가를 유보했다.

이번 회의는 당초 지난해 열려야 했으나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서품 방식을 둘러싼 협상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방편으로 개최를 1년 연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교황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마잉린(馬英林) 주교와 팡광야오(房光耀) 주교가 각각 천주교 주교단 주석과 애국회 주석을 연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교황이 임명한 뒤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주교가 처음으로 교단 지도부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빈(沈彬) 주교가 그 후보로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도 이번 회의의 개최 사실을 확인하면서 바티칸과의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원한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피력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제9차 중국 천주교 대표회의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에서 개최된다”며 “천주교가 중국 문화 및 중국 사회에 융합되는 방안과 중국에서의 건강한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양자 관계 개선에 대해 중국은 시종일관 선의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부단히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양자간의 건설적인 발전과 관계개선과 관련해 새로운 진전을 이루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가 긴밀해짐에 따라 대만과 바티칸 단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서아프리카 소국 상투메 프린세페를 잃은 대만으로서는 또 다른 외교 손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공영라디오방송(RFI)은 중국과 바티칸이 1951년 이래 중단된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며 이미 수교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왕이웨이(王義외<木+危>)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교황청이 2010년 베트남과 합의한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주교 인선을 먼저 결정한 후 표면적으로 교황청이 주교를 공식 임명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다웨이(李大維) 대만 외교부장은 26일 입법원(의회) 보고에서 수교 임박설은 “전혀 새롭지 않은 뉴스”라며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천주교 대표회의”라고 전했다.

그는 천주교 대표회의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지도부 구성이 발표된 후에야 중국과 바티칸간 관계 문제를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팡광야오 천주교 애국회 주석은 중국과 바티칸 간 수교 진행 상황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고위인사는 양국의 주교 임명에 대한 입장이 전혀 달라 수교가 그렇게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연합보(聯合報)가 전했다.

리 부장은 21개국으로 줄어든 각 수교국에 대해 외교부 직원들과 현지 주재 대사들이 전력으로 수교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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