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초연금 개편, 구조개혁은 빼고 돈 더 쓰는 쪽으로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지현 기자I 2026.09.01 12:30:42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중위소득 연계 일단 보류…‘70% 지급’ 유지
하후상박 대신 ‘하후 차등지급’ 선택
기존 수급자 탈락·급여 삭감은 없어
재정 6000억원 더 투입해 빈곤층 집중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기초연금 개편안은 당초 검토했던 구조개혁 대신 기존 수급체계를 유지하면서 저소득층에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재배분형 개편’에 가깝다.

기준중위소득과 연계해 수급 대상을 조정하는 방안은 보류했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수급자의 급여를 깎는 대신 동결했다. 현행 노인 70% 수급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저소득층 급여를 더 얹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자료= 보건복지부, 이미지=생성형 AI활용)
(자료= 보건복지부, 이미지=생성형 AI활용)
우선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정하는 선정기준 개편을 미뤘다. 정부는 당초 노인 소득 하위 70%라는 목표수급률 방식을 기준중위소득 등 소득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기초연금이 많은 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데다 국민연금 등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현행 70% 목표수급률을 유지한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탈락하는 사람은 없다. 현재보다 급여가 줄어드는 수급자도 없다. 정부는 소득기준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성은 여전히 있다고 보고 국회 법률·예산 심의 과정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급여체계도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주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수급자의 급여를 줄이는 방식 대신 ‘하후 차등지급’을 택했다. 소득 하위 30% 348만명에게는 물가인상분 이상을 반영해 현행보다 3만원 많은 월 최대 38만원을 지급한다. 하위 30~45% 174만명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월 35만 9000원을 받는다. 반면 하위 45~70% 290만명은 월 35만원으로 동결된다.

정부가 하위 30%에 지원을 집중한 것은 이들이 기준중위소득 약 20% 수준으로 가처분소득 기준 빈곤선 아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위 45%는 2024년 노인빈곤율 35.9%를 포괄하면서 이보다 다소 넓게 설정했다. 소득 순위에 따라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보다 빈곤 위험이 높은 계층에 재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재정 흐름을 보면 이번 개편의 성격은 더욱 뚜렷하다. 하위 45~70% 290만명의 급여를 동결하면서 약 1700억원을 아끼지만 ‘하후 차등지급’에만 4650억원을 투입한다. 여기에 소득 하위 45% 부부 수급자 234만명의 부부감액률을 20%에서 10%로 낮춘다. 현재 기초연금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는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 가운데 소득 하위 45%도 새로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에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을 때보다 약 6000억원이 더 들어간다. 전체 기초연금 예산도 올해 23조 1000억원에서 내년 25조 7000억원으로 2조 6000억원(11%) 증가한다. 수급자를 줄여 재정 증가를 억제하는 구조개혁보다는 재정을 추가 투입해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방식을 선택한 셈이다.

정부는 목표수급률을 기준중위소득 등 소득기준 방식으로 바꿀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급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국민연금 등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가장 민감한 ‘누구까지 기초연금을 줄 것인가’라는 문제를 국회와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 넘긴 것이다.

가장 빈곤한 노인을 둘러싼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은 이번에도 그대로 남았다. 생계급여 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으면 이를 소득으로 산정해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구조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의 역대 최대 인상으로 생계급여액이 최대 5만 5000원 늘어난다”면서도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 자체는 이번 정부안에 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이 노인빈곤율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낮출지에 대한 정부 추계도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는 노인빈곤율이 여러 변수의 영향을 받아 정확한 효과를 추산하기 어렵다면서도 저소득층 추가 지원과 부부감액 완화, 직역연금 수급자 지원 등을 결합하면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현행 방식보다 빈곤 완화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저소득층 지원은 강화했지만 선정기준 개편과 최빈곤층의 실질소득 보장이라는 더 어려운 숙제는 뒤로 미뤘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