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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금리가 오르는 건 채권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7개월 만에 4.6%를 넘어섰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5일 4.6%를 다시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연말 들어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여파로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융채(은행채 AAA등급)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해 12월 초(9일)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연 2.889%까지 낮아졌다가 연말 다시 3.1%대까지 올랐다. 지난 2일(2.999)엔 3%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내림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난 가계부채를 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이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여전히 높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한 요인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11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취급한 가계대출(정책금융 제외) 예대 금리 차는 1~1.27%포인트다. 5대 은행의 가계 예대 금리 차가 모두 1%포인트를 넘은 것은 지난 202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8월 이후 예대 금리 차가 계속 커지는 추세다. 은행이 지난달에도 예금 금리를 계속 인하한 만큼 예대 금리 차는 12월에도 확대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선 1분기에는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1분기에는 확실히 체감할 만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은행권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은행이 이달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리면 금융권에서도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시장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도 은행들이 예전처럼 저금리 주택 대출 영업을 이어가기 어렵겠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특정 시기 쏠림을 고려해 월별·분기별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로 한 만큼 금리 인하 경쟁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해 들어 은행이 새로 대출 총량(한도)을 받으면서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상향하고 비대면 대출도 재개하는 등 가계대출 문턱을 다소 낮췄으나 다주택자 주담대 등의 규제는 이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