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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UAE에 입성하려는 물결이 가장 거세다. UAE 정부는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과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라는 대표 국제금융지구 두 곳에 글로벌 PE의 입주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UAE는 금융지구에 국부펀드 관계자들뿐 아니라 기업, 각종 스타트업이 사무실을 두고 있어 소통이 편리할 뿐 아니라, 각종 세금 혜택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중동에 지사를 차린 글로벌 PE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예컨대 중동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에서는 프랑스 PE들의 관심이 뜨겁다. 유럽 최대 PE 운용사 아르디안은 지난해 초 아부다비에 사무실을 차렸다. 아르디안은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2022년 21억달러(약 2조7647억원) 규모의 투자 파트너십을 맺고, 북미와 유럽 지역의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작업을 함께해온 바 있다.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 티케하우캐피탈 역시 아부다비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미국도 중동 진출을 위해 적극인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자산운용사 블루 아울 캐피탈이 UAE 3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국영지주회사(ADQ)가 만든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루네이트와 1050억달러(약 138조원) 규모의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또한 PE인 제너럴 애틀랜틱이 지난해 11월 UAE와 사우디에 사무소를 열었고, HIG 캐피탈도 올 초 두바이 사무소를 개소했다. 이 외에도 2021년 CVC캐피탈과 2022년 브룩필드 애셋 매니지먼트가 진작 중동에 입성했다.
미·중 관계 악화로 글로벌 자본이 대거 빠져나간 중국도 중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PE 중국 미디어 캐피탈(CMC)이 아부다비를 거점으로 삼아 중동에 입성했다. CMC는 중국 언론계의 거물인 리 루이강이 설립한 곳이다.
글로벌 PE가 중동으로 향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대체투자 시장의 높아진 성숙도가 꼽힌다. 걸프협력회의(GCC·중동 6개 산유국) 소속 국부펀드들이 자산의 다각화를 이유로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어, 자연스레 막대한 자본을 유치한 PE들의 딜(deal) 규모 역시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PE들의 딜 규모는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57억달러(약 21조원)를 기록했다. 거래건수도 1.4% 증가한 146건에 달했다.
국내 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GP가 중동 자본을 유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현지 GP와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중동 LP들은 GP가 현지에서 활동하고 투자하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GP들의 중동 지사 설립이 늘어날수록 이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자본 유치 방식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