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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한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 보류의 이유가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직접 전화해 아브라모비치 제재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것이 결정적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을 하는 데 아브라모비치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NSC, 재무부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는 정치, 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졌다. 그는 석유재벌이자 영국축구리그 첼시의 전 구단주이다. 최소 3대 이상의 대형 요트와 영국과 미국에 궁전 규모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등 억만장자이기도 하다. 이와 동시에 20년 이상 러시아 정치의 내부자이면서 특히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본인은 푸틴 대통령과의 친밀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그가 미국 오리건과 콜로라도의 철강 공장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서방이 제재하면 철강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었다. EU와 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했으나 미국은 아직 보류 상태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와 연을 맺고 있어 결과적으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아는 사이다. 아브라모비치에 평화 협정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는 러시아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로드얀스키와 알고 지내게 된다. 로드얀스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출연했던 티비쇼의 방송국 설립자이기도 하다. 로드얀스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아브라모비치의 연결고리인 셈이다.
WSJ와 인터뷰한 대부분의 미국 관리들은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했다. 다만 아브라모비치의 행적을 미뤄 볼 때 적어도 그 자신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행추적데이터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의 개인 전용기는 최근 몇 주간 러시아와 터키, 이스라엘을 오갔다. 2월 말경 러시아 우방인 벨라루스 수도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회담하는 아브라모비치를 목격했단 증언도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 서방이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해선 안 된다며 그를 두둔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의 주요 기부자다.
아브라모비치 스스로가 중재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는 올리가르히 중 유일하게 러시아 정부에 평화적 해법을 찾도록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