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해부대 작전지역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외교·안보적 선택지가 제한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참여하거나 개입하는 파병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동맹인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국에 항행의 자유와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한 기여를 요구하는 것을 우리만 계속 외면하기에는 한미동맹 차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보 협력 분야를 필두로 한미 관계의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대미 투자·통상 현안이 줄줄이 얽혀 있는 상황도 정부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제 청해부대 작전 지역 확대에 나선다면 한미 관계 속에서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봤다. 두진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정치학 박사)은 “한미동맹과 한-GCC(걸프협력회의) 및 한-이란 관계 등 동맹 및 우방국과의 외교·안보·경제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절충안 성격”이라며 “해상초계기 등을 통해 미국의 기대를 일부 충족하고 한미 간 갈등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쟁 연루 방지 원칙을 정립하고 파병 장병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등 파병에 대한 국민적 정서와 수용성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계기 투입을 반드시 파병과 등치시킬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초계기가 투입된다고 해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특정 국가의 군사작전에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상 상황을 파악하고 공동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동맹을 고려해 우리도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지만 위험 부담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청해부대 임무 영역 확대는 이런 조건을 고려한 적정한 수준의 절충안”이라고 평가했다.
청해부대의 작전지역 변경 카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2020년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에 직면하자 미국 주도의 연합체에 참여하는 대신 청해부대 작전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물론 당시는 트럼프 1기 정부의 이란 핵합의 탈퇴와 대이란 제재 강화에 대한 이란의 반발로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만 제기됐을 뿐이고 현재는 실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벌어져 상황이 다르다. 작전지역 확대만으로 ‘우회 파병’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 수용 여부도 변수다. 일단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대통령 국방특보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라디오 방송에서 청해부대 작전반경 변경 등을 두고 “호르무즈에 파병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도 기자와 만나 “청해부대가 우리 선박 보호 차원에서 하는 역할을 조금 더 능동적으로 하는 것일 뿐 새로운 파병의 개념은 아닐 것”이라며 “호르무즈를 이용하는 나라로서 안전을 위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준형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해부대 작전 지역 확대는 파병이며, 묘수가 아니라 꼼수”라고 반대했다.
![호르무즈 해협_[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1/PS2611050074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