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숫자로 보는 쿡의 경영 성과는 압도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쿡이 애플을 이끈 15년 동안 회사의 시장가치가 10배로 뛰었고 매출과 이익은 4배로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애플 주가는 이 기간 2000% 이상 상승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도 3%대에서 약 7%로 높아졌다. 이 기간 출하한 아이폰은 31억대에 달한다. 쿡의 강점은 잡스가 만들어놓은 제품 생태계를 막대한 현금과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전환한 데 있다. 공급망과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아이폰을 중심으로 서비스 사업을 확대하면서 애플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잡스 시대 아이폰처럼 시장 판도를 바꿀 혁신을 내놓기보다 기존 제품의 점진적 개선과 서비스 사업 확대에 치중하면서 애플이 ‘예측 가능한 회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특히 AI 경쟁에서 애플의 신중한 전략은 투자자의 우려를 키웠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이 막대한 자금을 AI 데이터센터와 모델 개발에 쏟아붓는 동안 애플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늦췄다. 이에 AI 인프라와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팀 쿡이 안전 제일주의를 고수하고 중국 생산에 의존하는 경향은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위태로워 보였다”며 “애플은 정치인과 국제 규제 기관의 공격을 받았고 AI 시대에 혁신 기업으로서의 명성도 흔들렸다. 그의 후임자는 이러한 결과에 직면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쿡이 후임자에게 남긴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는 규제 당국과의 관계다. FT는 “애플이 성장함에 따라 미국 법무부를 포함한 전 세계 규제 기관들은 주로 독점 문제를 이유로 애플에 대한 조처를 해왔다”며 “유럽은 팀 쿡 CEO가 가장 큰 압박을 받은 곳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EU는 애플의 아일랜드 세금 관련 문제로 144억 달러의 미납 세금을 부과했다. EU 경쟁 규제 당국은 2011년 이후 애플에 약 40억 달러의 반독점 벌금을 부과했다. 존 터너스 신임 CEO는 EU 디지털 시장법을 둘러싼 갈등을 물려받게 되는데 이 법 때문에 EU 내 시리 AI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터너스는 AI 기능을 애플 하드웨어에 통합하고 25억대가 넘는 기존 애플 기기 기반 전반으로 AI 기술 채택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받았다. 동시에 애플이 중시해온 개인정보 보호와 프리미엄 사용자 경험도 유지해야 한다. 생산과 매출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중 갈등에 취약하다는 점과 앱스토어 수수료, 폐쇄적 생태계를 둘러싸고 각국 규제 당국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 등 경영 과제도 상당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웜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이미 너무 크고 수익성이 높다. 고객들의 일상에 너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단순한 점진적 개선만으로 회사를 새롭게 정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터너스의 과제는 쿡이 구축한 수익성 높은 기계를 보존하는 동시에 기술적으로 소비자에게 다시 강한 놀라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되살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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