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수연 인턴기자] 지난달 31일 서울시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에는 많은 시민의 조문이 이어졌다. 그중 이태원 참사에서 104명의 사상자(1일 오후 현재)가 발생한 20대 또래의 방문이 눈에 띄었다. 아르바이트 중 시간을 냈다는 대학생,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는 직장인 등 서울광장을 찾은 20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5년전 할로윈, 이태원에서도 내 의지대로 못 걸었다”
이혜진씨(29세·여)는 5년 전 할로윈데이 때 이태원에 방문한 적이 있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씨는 당시의 분위기도 올해 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회상했다. “그때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 의지대로 걷는 게 어려웠다”라며 “남일 같지가 않다”고 눈물을 흘렸다.
익명을 요청한 27세의 시민은 이태원에 자주 놀러 간다고 입을 연 뒤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이번에도 평소와 같이 이태원에 놀러 갔으면 나도 이 사고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촬영하고 노래 안 끈 사람도 방관자”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 근처 음식점에 있었다는 한 20대 시민은 참사가 벌어진 현장을 영상으로 찍으며 구경하는 몇몇 사람의 모습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시민이 울면서 CPR(심폐소생술)을 하고 있고 한쪽에선 그런 시민의 모습을 촬영만 하고 있는 게 너무 비상식적인 상황처럼 보였다” 라며 “공감 능력이 없는 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슬펐다”고 말했다.
이성혜 씨(29살·여)는 사고 현장에서 노래를 끄지 않고 방관하던 상가 주인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 씨는 “살려달라는 비명이 안 들릴 정도로 주변 상가의 음악 소리가 매우 컸다”면서 “영상을 찍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방관자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책임 소재 분명히 가려야한다”
희생자들의 이태원 방문을 비판하는 일부 의견을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정연수씨(29세·여)는 “이태원에 간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민은 이번 참사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경찰, 지자체 등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국가를 어떻게 믿겠나”라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156명의 사망자(1일 오후 현재) 중 20대 희생자는 104명이다. 20대 청년은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코로나 사태를 경험해 ‘재난 세대’로도 불린다. ‘재난 세대’의 희생이 가장 큰 참사에서 ‘20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