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볼탕스키:4.4'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43점 선보여 3월 27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미술 작품을 보러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다녀간 전시회에 팬들이 몰려가 북새통을 이루는가 하면 언급하는 작품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 BTS팬들 사이에서는 ‘RM 미술관 투어’가 생겼을 정도다.
RM이 이번엔 부산에 떴다. 최근 ‘크리스티앙 볼탕스키:4.4’(3월 27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후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기념비’ ‘코트’ ‘저장소:카나다’ ‘유령의 복도’ 등 작품 사진과 이를 지켜보는 자신의 뒷모습을 담았다.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는 21일 이데일리에 “RM이 방문하고 난 후 평일에도 주말처럼 관객이 많이 늘어났다”며 “전시가 한 달 조금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홍보를 할지 고민이었는데 RM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4.4’ 전시 전경(사진=부산시립미술관).
대규모 회고전·첫 유작전
‘크리스티앙 볼탕스키:4.4’는 프랑스 현대미술 거장 크리스티앙 볼탕스키(1944~2021)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우환과 그 친구들’의 세 번째 시리즈로 지난해 7월 14일 전시 준비 중 볼탕스키가 사망하면서 첫 유작전이 됐다.
볼탕스키는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사진과 설치미술, 조명 등으로 집단의 역사와 기억, 추모 등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작가다. ‘4.4’는 그가 태어난 해인 ‘1944년’을 뜻하는 동시에 인생을 4단계로 나눌 때 ‘생의 마지막 단계’라는 의미도 담았다. 결국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공들인 이번 전시가 그의 예술 여정의 종착점이 됐다. 이번 전시는 볼탕스키가 우리에게 던져왔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되돌아보게 한다.
‘기념비’(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전시는 작가가 평생을 다뤄온 ‘죽음’을 주제로 한다. 그의 예술적 행로를 확인할 수 있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총 43점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그가 직접 한글로 디자인한 ‘출발(Depart)’ ‘도착(Arrivee)’ ‘그리고 Apres(그 후)’를 비롯해 볼탕스키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기념비(Monument)’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기념비’는 쇼아(Shoah·히브리어로 ‘참사’ ‘대재앙’이라는 뜻으로 홀로코스트를 일컫는 말)로 희생된 어린이의 사진으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이 시리즈의 주제는 ‘어린 시절의 죽음’이다. 수집된 사진을 재촬영해 탄생한 가공의 인물들은 작은 백열등과 주석 액자 틀에 담겨 있다.
‘저장소: 퓨림 축제(La Fete du Fourim)’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유대인 어린이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카나다’ 역시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작품이다. ‘카나다’는 억류된 유대인의 개인 소지품 보관 창고에 나치가 붙인 이름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옷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게 된다. 옷은 이후 본격적인 재료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대형설치 작업으로 진화하게 됐다.
이우환공간에 설치된 ‘황혼’은 총 165개의 전구로 이뤄져 있다. 165일이라는 전시기간을 뜻하는 것으로, 하루에 하나씩 꺼지고 있는데 전시기간이 끝나면 모두 소등될 예정이다. 양은진 학예사는 “작가가 평생 다뤄온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코로나19 상황과 잘 맞아떨어졌다”며 “개별작품이 아닌 43점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전시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관람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