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쯤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한 말이다.
헌법재판소가 2017년 3월 10일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박근혜 전(前) 대통령은 파면됐고, 정 의장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입법부 수장이 됐다. 앞서 16대 국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역시 가결되긴 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바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 때문일까. 정 의장 역시 임기 마무리를 하루 앞둔 28일 “20대 전반기 국회에서 가장 큰 사건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대통령 탄핵”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퇴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위기 상황에서도 우리 국회는 헌법이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탄핵안을 처리, 헌정중단과 국정공백 없이 새정부 출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정치권에서 정 의장이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직을 거머쥘 것이라 예상한 이는 극히 드물다. 박근혜 정권 당시인 19대 국회 후반기에 실시된 20대 총선 직전 대부분의 인사들이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승리를 점쳤기 때문이다. 또 정치1번지라 불리는 서울 종로(정 의장 지역구)에 ‘당선만 되면 대권 주자’로 평가받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정세균의 승리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총선 결과 이런 예상을 깨고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1석 차이로(123석) 원내 1당을 거머쥐고, 정 의장(52.6% 득표)은 오 전 시장(39.7% 득표)을 여유 있게 누르면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당내 경선에서 총 121표 중 71표를 얻어 문희상(35표)·박병석(9표)·이석현(6표) 의원을 따돌리고 의장 후보로 선출됐다.
정 의장 2년 재임 기간 중 대표적 성과로는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단 회동 정례화’ ‘국회 청소근로자의 정규직화’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국외출장 원칙적 금지’ 등이 꼽힌다. 탄핵과 조기대선·정권교체 과정에서 주례 원내대표단 회동은 여야 협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청소근로자 직접고용은 비정규직 문제에 선도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의장은 임기 중 아쉬운 점으로 30년 만에 찾아온 헌법개정 기회 무산을 꼽았다. 그는 “(투표 불성립이 된) 문재인 대통령 발의안도 충분히 반영하면서 국회의 독자적인 개헌안이 만들어져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개헌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의회주의자임을 자부하는 정 의장은 퇴임 뒤 구상도 한 명의 평의원으로서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정 의장은 “다시 평의원으로 돌아가지만 공동체의 화합과 지속가능한 미래,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공약한 내용도 좀 챙기고 지역구 의원으로 역할을 더 잘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 의장은 1995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제안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특별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들어선 뒤 1996년에 첫 등원, 탄탄대로를 걸었다. 15대부터 18대까지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했다. 19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친박(박근혜)계 핵심인 홍사덕 전 의원을 누른 뒤 20대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돼 6선에 성공했다.